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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mini
Nov 30. 2024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시골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나에게 고객님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
시골에서 카페를 운영한 지 여섯 달이 지나고 있다.
여느 때처럼 여전히 예쁜 잔과 멋스러운 티팟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도자기에 투영해 본다.
처음에는 삶에 지친 내가 보였는데, 지금은 잔 모양과 색깔에 따라 다른 나의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작은 분홍색 꽃그림이 그려진, 얇고 가벼운 프랑스 리모쥬 잔에 차를 담았다.
손가락으로 탁 치면 맑고 투명한 소리가 나고, 불빛에 잔을 비추면 빛이 연하게 투과된다.
22K 금을 흩뿌려서 멋을 냈고, 지금은 세월이 흐르면서 금빛도 바람에 조금씩 조금씩 날아가고 있다.
금방 백화점에서 구입한 새 상품과는 그림이 다르다.
시간이 그려준 그림이다 보니 똑같은 잔을 나란히 놓아서 봐도 잔에 새겨진 그림의 색깔이 다르다.
이런 매력에 빠져서 나는 지금 살고 있다.
가끔씩 나의 카페에 오는 고객님들은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그중 가장 슬픈 질문은,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이 시골에서 장사가 되나?"
그럼 난 잠시 고민을 하게 된다.
고객님께 어떤 답을 드려야 만족할는지.
가게라고는 오직 나의 찻집 밖에 없는 이 마을에서 나는 나만의 삶을 살고 있다.
찻집을 미친 듯이 홍보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일상을 SNS에 올리며 스스로 만족해하다 보면 멀리서 고객님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테이블 4개가 있는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와도 곤란하다.
그래서 예약제 운영을 하고 있다.
물론 예약하지 않고 오는 고객님이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손님이 많이 오면 차와 손님에 걸맞은 티팟을 고르는 일이 즐겁고, 손님이 없을 때는 미처 돌보지 못했던 티잔과 티팟들을 하나하나 챙겨서 먼지도 털고 자리도 옮겨주며 행복해한다.
찻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장사와 돈의 관계로 설명을 다 할 수는 없다.
손님이 많으면 당연히 돈을 벌 수 있어 좋다.
손님이 적게 오면 돈을 조금 벌겠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
또 다시 나에게 슬픈 질문을 하는 고객님이 있다면 난 정답을 말해주지 않을것이다.
돈과 시간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말, 이것이 나만의 정답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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