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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Mar 13. 2024

사라져야 친구다

그대 다시 만나지 못하리

사라져야 친구다


친구를 만나는 것은 그 시절 골목에서 재기차고 구슬치기 했던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음 깊숙이 숨겨 놓았던, 함께 한 친구와의 순간을 끄집어 내는 만남이다. 그러니 친구를 만나면 만날 수록 아픔만 커질 뿐이다. 그러니 그대, 애써 친구 만나지 마라.


매일 친구를 만난다. 낯선 사람을 만나도, 영화를 봐도, 책을 읽으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어린 시절 지붕위에서 바라본 친구의 손 흔드는 모습을 본다. 흙 바닥에 삼각형과 원을 그리며, 해 지는 어둠에서 헤어지기 싫어 애써 웃던 얼굴을 여전히 지금도 만나고 있다.


이제 친구를 만나 웃음 짓는 것은 친구의 주름 속에 그 시절 내가 있을까 궁금하고 혹시 없으면 어떻하나 걱정되어서다. 해뜬 아침 서둘러 나선 골목에서 나를 향해 웃던 친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불쑥 주책없이 올라와 주름을 따라 흐르는 눈물로 확인할 뿐이다.


오늘도 철학자의 문구에서 친구를 찾아 헤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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