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그리고 ‘선(善)과 상(償)’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다만, 보상의 의도를 개는 모를 뿐이다

by 강하단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보상의 의도를 알고도 ‘상(償)’을 취하기 위해 행동한다. 동물은 의도를 모른채 보상받기 위해 행동한다.


보상해 주는 의도가 선한지 악한지 우리는 구별하는데, 선하다고 할 수 없는 의도를 알면서도 보상 받기 위해 행동하기도 한다. 기부하면 세금혜택을 주는, 머그컵 사용하면 커피값 할인해 주는 의도를 안다. 때론 행동의 순수한 의도가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부하고 머그컵 사용한다. 엄연히 불법, 악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상을 바라고 몰래 취하는 행동도 있으니, 선한 의도의 보상을 바라는 행동은 나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 할인혜택이 없어도 커피를 머그컵에 주문해서 마시는 사람도 많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특별한 보상이 없어도 기후변화 재앙을 일으키는 화석연료 사용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를 보상받을 의도가 없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자기만족, 지인과 주위 동료들의 칭찬을 받을 수 있으니 보상이 꼭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또한 지인조차 모르게 선한 행동을 한 경우에도 사회란 큰 체계에서 결국은 자신 또는 가족과 지인에게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는 행동이라도 보상을 주는 의도와 분리되기 힘들다.


보상의 의도를 솔직하게 밝혀도 사회는 복잡하여 개별 의도가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판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완벽하게 선하지 못한 의도란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정부가 기부금 혜택을 주는 의도가 비록 썩 선하지 않다 하더라도 결과는 얼마든지 선하게 귀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는 거의 모든 보상의 의도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감추면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제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없는 행동과 보상의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행동주의를 다시 부각하는 데는 나름 배경과 분명한 의도가 있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기록은 거의 영원히 남고 소통의 범위가 극단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보상의 의도는 결국 밝혀진다. 성큼 다가온 블록체인 사회에서는 정보의 투명성과 즉각적 공개는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즉, 보상을 전제하지 않는 행동은 아예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숨기는 두 얼굴의 미덕보다는 드러내는 투명이 필요하다.


의도를 솔직히 밝히고 보상을 돈, 권력에서 탈피해 세분화된 의도-행동-보상의 구조를 갖는 편이 디지털시대 정의를 구현하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돈으로 하는 보상은 현금, 토큰, 대안화폐로 다양화하고, 권력은 소유권, 자격증, 회원증, 이용권한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동물과는 달리 우리 행동에 대한 보상은 바로 옆 사람으로부터 직접 오는 대신 길고 복잡한 사회체계 구조로부터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어야 한다. 그것만이 사회가 가진 보상의 의도가 궁극적으로 선해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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