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면 거의 다 끝난 줄 알았다.
병원 침대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몸도 함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현관문을 열고,
익숙한 냄새가 코끝에 닿는 그 순간에
이제 정말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집은 병원보다 더 많은 움직임을 요구했다.
밀린 택배 상자를 옮기고
싱크대에 쌓인 컵을 정리하고
냉장고 안을 한 번 들여다보고
먹을 것을 꺼내 데우는 일.
병원에서는 버튼 하나로 해결되던 일들이
집에서는 전부 내 몫이었다.
작은 동작들이 겹치자
배꼽 근처가 묵직하게 당겼다.
허리를 세워 오래 서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후 한두 시가 되면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눈이 저절로 감겼고,
몸 안의 배터리가 갑자기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움직였던 하루의 대가였다.
그때 알았다.
회복은 통증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2주라는 시간은
그저 일정표에 적힌 기간이 아니었다.
몸이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쪽에서는 여전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병원에서는 보호받고 있었다.
집에서는 내가 나를 지켜야 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와 좋았던 순간이 있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이 달려왔다.
발소리를 듣고 먼저 와 있던 눈빛.
한동안 빗겨주지 못했던 털은
조금 엉켜 있었고
몸은 어쩐지 가벼워 보였다.
미안함이 먼저 올라왔고,
그 다음에 안도감이 따라왔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래도 내가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천천히 털을 빗겨주고
작은 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내가 무너지지 않아야
이 아이들도 지킬 수 있겠구나.
건강을 관리해야겠다는 말은
그전에도 수없이 했지만
그날은 조금 달랐다.
그 다짐이 추상이 아니라
생활이 되었다.
나는 아직 완성된 몸이 아니다.
지금도 회복 중이다.
조금 덜 아프다고 해서
다 나은 것은 아니고,
하루를 버텼다고 해서
다 회복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완성되지 않은 몸으로
진행형의 삶을 살아간다.
회복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완전히 나은 뒤의 이야기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를.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나는 아마 알게 될 것이다.
그때의 나는
비록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조금씩 회복 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