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인생이 행복하다.
어릴 적 우리 엄마는 완벽 주의자였습니다.
저의 형제는 저와 여동생 이렇게 둘이었는데, 어릴 적 꿈이 여군이었던 엄마는 우리가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것이라거나, 허리를 구부리고 걷는 것 등의 자세뿐 아니라, 이웃에게 인사를 하는 것 부모님께 말대답을 하지 말 것 등 여러 가지 규정을 세워 두셨습니다.
엉뚱한 면을 가지고 있는 저는 그 규정들을 잘 따라가면서도 왜 그렇게 규정들을 정해두고 지키지 않으면 혼나야 하는지, 그 규정들의 이유는 무엇인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규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자유를 막는 것 같아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엄마를 닮았는지 완벽 주의자였습니다.
엄마와 형태는 달랐지만,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완벽을 추구하고 있었지요. 물론 하고 싶지 않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철저하게 구분 지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아예 하지 않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완벽하기를 원했습니다.
예를 들면,
공부를 할 때 시간을 정해두기보다는 완벽하게 마스터할 때까지 하려고 했고, 요리를 할 때에도 모든 재료가 있어야 했으며, 청소도 먼지 하나 없어야 했습니다. 언어를 공부할 때에도 머릿속에서 완벽한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하는 것뿐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나, 형제관계, 연애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저는 나름의 규칙을 정해 두게 되었습니다. 친구와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평화롭게 지내자, 형제관계에서는 나이가 어린 동생을 잘 보살펴야 하고, 엄마가 없을 때는 내가 엄마 대신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애도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도 상대가 나에게 기대할 만한 것도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완벽주의는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엄마의 규정도 지키고 싶지 않아서 트러블도 많았습니다. 엄마의 완벽주의와 저의 완벽주의가 부딪쳐 서로를 상처 내기 급급했지요. 각자의 사생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하나도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제점은 이것이었습니다.
공부 -> 완벽한 공부를 하기에는 부족한 지식이 너무나 많고 세상에는 익혀야 할 지식의 양도 깊이도 너무나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들을 다 하기에 나에게는 시간적 여유와 똑똑한 머리가 없다.
요리 -> 완벽한 요리를 하기 위해서 요리에 필요한 것들이 전부 있는지 확인하고 없는 것을 메모하여 그때그때 원하는 요리의 재료 구매를 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여유가 없을 때도 많고, 요리를 하는 시간에 비례하여 먹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항상 만들어 먹고 나서 후회를 한다.
청소 -> 청소를 깨끗하게 해도 바로 먼지가 앉는 경우도 허다하고, 하나 하고 나면 다른 청소할 부분이 눈에 보인다. 이를테면 책상을 청소하면, 바닥의 더러움이 보이고, 책꽂이의 더러움이 보이고, 창문의 더러움이 보인다. 그러고 있으면 책꽂이의 책들이 장르별로 꽂혀 있지 않거나 책의 키의 다름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친구관계 -> 내가 참아 준 것을 친구가 알아주지 못하여 금방 그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호구가 된 듯한 느낌에 폭발한다 (성질이 나쁜 것일지도...)
연애 -> 열심히 노력하기는 하나 나의 기대치를 상대가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혼자가 편함을 느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하나씩 생각하고 적다 보니 해결책은 하나였습니다.
"완벽함을 버리자."
너무 완벽함을 쫓으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고, 부족함에 집중하게 되어 만족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이것을 깨달은 것은 꽤나 오래전이지만 그것을 실천하게 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내 안의 완벽증과 줄다리기를 할 때가 많으니까 말이죠.
중요한 것은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력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에 있어서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하지만 그것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균형"이 중요한데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아쉬워할 수는 있지만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요리 역시 모든 재료가 있다면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은 음식이 되겠지만 조금 마음을 덜어 놓으면 즐거운 식탁이 될 수 있죠. "오늘 피망이 없어서 그냥 초록색인 파를 넣었어! 그냥 먹어봐~ "
혹시 아나요? 그렇게 피망 대신 파를 넣은 음식이 더 입맛에 맞을지..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솔직한 나의 기분을 이야기하고 상대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당장은 나와 맞지 않는 친구들이 나를 떠날 수는 있지만 솔직한 나의 모습이 좋고, 그들도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 서로가 잘 아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계획을 세울 때에도 오늘의 할 일, 1주일의 할 일을 적어두지만 그중 50%만이라도 잘했을 때 만족하려고 노력합니다. 해내지 못한 50%보다 내가 해낸 50%가 내 것이 되었다는 만족을 할 때가 좀 더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미라클 모닝, 아침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완벽증을 가지고 있는 나는 2~3일 정도 하다가 하루라도 깜박 늦게 까지 자버리면 카운트를 다시 세거나 포기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완벽증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다시 시작했을 때에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을 가졌습니다. 깜박하게 된 날은 쉬어가는 날 그리고 다음날에 계속해서 이어서 카운트를 하는 거지요. 일부러 주말이나, 날씨나 몸상태에 따라 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100일이 지나고 150일이 지나서는 저절로 5시 30분이면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밖으로 나와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저희 집 고양이 온이도 항상 그 시간에 저를 깨웁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완벽증 때문에 오늘 하루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안 좋은 기분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저희 엄마도 완벽증을 많이 내려놓으신 상태입니다. 덕분에 많이 편안해지셨습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요? 좀 덜떨어지면 어떻습니까? 원래 나사가 두 개쯤은 빠진 인생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