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성 Oct 27. 2022

우리 아이 기살리기


 어젯밤, 4살 꼬꼬마는 침대에서 떨어지며 팔을 헛디뎌 밤새 통증에 시달렸다.

아들을 들쳐업고 병원에 갔더니 다행히 이상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안심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도넛 집에 갔는데도 여전히 왼쪽 팔을 사용하지 않았다.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놀란 근육이 움직이길 거부하는 건지 비상책이다 싶어 다이소에서 구입한 블록 하나 들고 카페에 갔다.

 12시간 넘게 움직임이 불가능해 보였던 한쪽 팔은 언제 그랬냐는 듯 두 손을 현란하게 움직이며 블록놀이를 하였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의 기운을 살리는 시간과 공간은 어디인가요?


 우리 집 꼬꼬마는 블록, 퍼즐, 그림 그리기, 장난감 놀이 등등 앉아서 사부작 놀이를 좋아한다.

이 아이의 기운이 호랑이가 되는 시점을 무시하고 그와 정반대인 활동적이길 바라는 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는 실수를 범했었다.


 전형적인 '머리형'은 신랑과 '가슴형'인 나를 닮아 그 사이를 적절히 오가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지 않고, 정 반대의 성형인 '장형'이 되기를 강요했던 거다.

엄마의 무지와 배려 없음에 그동안 얼마나 큰 통증에 시달렸을까.

우리 아이가 어떤 성향이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엄마가 가장 잘 아는데 말이다.



"엄마, 나는 블록놀이 너무 잘하지?!"

대뜸 고개를 들어 칭찬을 이끌어낸다.

"그래그래, 어쩜 이리 잘할까?"




 

대낮의 날씨가 너무 따뜻해 인근 공원으로 발길을 돌렸고,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는 휴대폰을 가져가더니 국화전 사진을 마음껏 찍는다.


'피는 물보다 진하구나. 

가벼운 카메라를 찾아봐야겠네. 당근에^^'

작가의 이전글 버스정류장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