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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젤라 Oct 11. 2022

암 판정 2주 후 아빠가 떠났다.

아빠가 남기고 간 가르침

소중한 것은 예고 없이 우리를 떠난다.

아빠의 죽음 이후 세상을 다시 둘러보니,

죽음은 세상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올해 여름에 일어난 일이다. 아빠는 배가 아파서 동네 내과로 진료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의사는 바로 아빠를 대학병원으로 보냈고, 다음날 대학병원에서 입원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원을 위해 간단히 짐을 싸며 아빠는 말하셨다. ‘이상하게 오늘이 집에서의 마지막 날 같네..’

며칠 후 검진 결과가 나왔다. 아빠는 담관암이었다. 의사는 빠르면 2주 길어야 1달을 못 넘길 거라 말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대사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입을 막고 울었다.


남은 가족들은 그날부터 암에 대해 공부했다.

차가운 의사의 말과 다르게 암환우 카페에선 암을 극복한 사례가 많았다.

‘의사들은 원래 최악의 상황만 말한다.’

‘의사가 2주밖에 못 산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 어머니는 7년째 잘 살아계시다.’ 등 게시물을 볼 때마다 희망이 생겼다. 말기암이라고 해서 최악의 상황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 카페 글을 참고하여 항암치료에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구매했다. 아빠가 평소에 갖고 싶어 했던 무선 이어폰도 샀다. 아빠가 항암을 시작하게 되어 집에 돌아오면 이걸 다 줘야지. 힘이 솟았다. 금방이라도 암덩어리를 다 없앨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들은 아빠에게 매일 영상통화를 걸었다. 이상하게 아빠의 모습은 하루하루 안 좋아졌다. 어제까지 잘 걷던 아빠가 오늘 휠체어를 탔고 다음날은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아빠는 입원 후 검사를 계속 받았다. 암 검사의 마지막인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그다음 날 새벽 아빠는 눈을 감았다.

이 날은 암 판정을 받은 후 정확히 13일 후다. 아빠의 나이는 58세였다. 재작년 건강검진 때는 이상이 없었다.


아빠의 죽음은 아빠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슬픔과 허망함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솔직히 아빠가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금 갑자기 아빠가 문을 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만 같다.


아빠가 떠난 후 나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빠는 내 평생 나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사람이었다.

아빠의 죽음 이후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 나는 앞으론 좀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지금 내가 무작정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아빠가 남기고 간 흔적 중 하나이다.

이승에서의 인연은 끝났으나 부녀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나 보다.




아빠가 떠나며 나에게 준 가르침

1. 시간이 남아있다고 착각하지 말 것 : 시간은 없다. 기회는 지금뿐일 수도 있다.

2. 남 눈치 보지 말 것 : 남 눈치 그만 보고 내 삶을 살자.

3. 하루하루 즐거울 것 : 우리는 잠깐 왔다 가는 존재. 즐거운 기억과 감정이 인생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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