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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해 Jul 10. 2023

가끔은 깊은숨이 필요해


나이 서른, 검진이나 스케일링 외에 치료를 위해 치과 내원을 한 경우를 꼽자면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관리를 잘해왔다고 자부하는 나 스스로 치과에 내원하게 만든 주범 사랑니..!

내 평생 사랑니는 없을 줄 알았다. 아니 안 뽑을 줄 알았다. 남들 다 사랑니를 뺄 때도 나는 살짝 아프기만 하고 조금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던 나에게도 기다리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던 사랑니가 존재를 드러내며 슬슬 통증을 유발하기 시작했다. 반갑지 않은 만남이었기에 짜증부터 났다. '아 왜 이제 와서 나오고 난리야 귀찮게' ㅋㅋㅋㅋ ㅠㅠ 동생이 치위생사로 근무 중이라 아픈데 빼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당연히 계속 아프면 빼야 된다고 불편하면 내원해서 엑스레이 찍어보라고 해 엑스레이를 찍고 왼쪽, 오른쪽 사랑니의 유무를 확인하고 누워있는 아랫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벌써 지난 3월. 갑작스럽게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미루고 미뤄 더운 여름이 되어서야 사랑니를 뽑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아랫니는 누워 있어서 부시고 깨서 빼야 하기 때문에 입을 오래 벌리고 있어야 해서 좀 힘들거라 설명해 주셨고 마취 후 사랑니를 뽑았다. 통증은 잘 참는 편이라 마취 주사도 '훗 이 정도는 껌이지 뭐'라고 내심 뿌듯해했다. 윗 사랑니는 수직을 나있어 뽑는 게 정말 순식간이었다. 대망의 아랫니.... 위이이이 잉 드르르륵 빠각 빠각. 여러 기계를 활용해 이빨을 부시고 쪼개고 드러내는 것 같았다. 물을 계속 쏘면서 석션해 주시고 시술 중 물이 계속 입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코로만 숨을 쉬라고 하시는데 순간 호흡이 엉켜 숨을 쉬지 못하며 컥컥거렸다. 통증은 1도 없는데 숨 넘어갈 뻔한 순간 공황증상이 나타나는 순간이 생각나 겁이 났다. 평범하게 쉬던 호흡도 집중해서 하려니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 후부터는 코로 내뱉는 호흡에만 집중하며 숨이 가빠지려 할 때 코로 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니 어느 순간 치료가 수월하게 끝났다.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던 깊은숨. 운동도 안 한 지 오래되다 보니 가쁜 숨, 한숨, 깊은숨을 쉬어본지가 언젠지 가물가물했다.





깊은숨에 대해 찾아보다 김혜나 작가의 동명의 소설책을 발견했다. ‘깊은숨‘은 소설 내 단편 <가만히 바라보면>에 나오는 단어로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요가의 호흡법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고뇌에 차서 내뱉는 한숨, 편안하게 휴식하며 내뱉는 숨, 내가 존재하고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들숨과 날숨 등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라고 설명한다.

평온한 나날에도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불안. 내면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 하나의 호흡법.


깊은숨에 대해 알아보며 책 소개를 보다 내 마음에 콕 와닿은 문장에 내가 위로를 받았다. 사소한, 그러나 나에게, 우리에게 깊은숨은 때때로 얼마나 필요한 순간일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호흡하며 살아있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하지만 그 속에서 깊은숨은 얼마나 쉬고 있는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살아가며 숨 쉬는 많은 순간 속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내쉬는 각자의 깊은숨을 전부 헤아릴 수 없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며 가끔은 명상하듯 깊은숨을 내쉬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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