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4시간씩 고혈로 빚어낸 논문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된 게 서글퍼서 편하게 뭐든 써보려고 찾은 게 이 공간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심사를 받아야만 글을 세상에 내보일 수 있다는 게 꽤나 허탈하더라. 평소 같으면 미련 없이 떠났을 텐데 불쑥 생긴 오기 덕분에 이런 이벤트도 생기네. 별일이다.
피땀눈물로 낳은 내 논문...
심사에 올리려고 클라우드를 뒤적이다 보니까 공부를 시작한 지도 곧 10년이 되어가는데 비평이라고 할만할 글이 탈탈 털어 세 편이었다. 심각하다. 너무 오랫동안 내 본령을 잊고 지냈다. 마카로니 앤 치즈가 아무리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켜도 송충이는 결국 솔잎을 먹어야 한다. 잊지 말자.
호랑이도 담배 피우기 전인 석사 1학기에 쓴 글들을 심사에 내고 또 발행한 게 면구스럽고, 이런 딱딱한 글을 누가 읽어줄까 싶은데 읽어주고 통과시켜 준 브런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되었으니 마카로니 앤 치즈든 솔잎이든 긴 글을 꾸준히 쓰자. 혜리 기자님의 명문으로 셀프 맹세.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문의 글을 쓰지 않다 보면 어느 새벽, 당신은 읽는 이가 기다린대도 긴 글을 쓸 수 없게 됐음을 깨닫게 된다. 아무도 먹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리하지 않다 보면 혼자만의 식사도 거칠어진다. 당신의 우주는 그런 식으로 비좁아져 간다. @imagolog
+ 발행한 것 중에 관객참여 페이퍼가 유독 반응이 있다. 역시나 그런 것이었다. 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가지 않은 길이여...(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