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는 잠만 자는 강아지.
찰리는 사람과 함께 지내지만 아직 동물적 본능이 더 강한 강아지다. 해가 뜨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눈이 감기는 그런 스타일. SNS에 등장하는 몇몇 강아지들은 밤늦게까지 놀아달라고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귀찮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찰리는 그렇지 않다. 진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선 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난다. 늘 내가 더 늦게까지 자는 스타일이라 정확히 몇 시에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자신이 먼저 일어나도 내가 자고 있으면 나를 깨우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알람 소리가 들리면 그때 내게 다가와 빨리 일어나라고 나를 적극적으로 깨운다. 혀로 온 얼굴과 손을 핥는다.
내가 눈을 뜨면 그때는 찰리의 애교타임이다. 하루에 딱 한번. 이때만 찰리의 애교를 구경할 수 있다. 지렁이 춤과 각종 필살기를 확인할 수 있다. 애교타임이 귀여워 침대에 일부러 더 누워 있는다.
애교타임이 끝나면 내가 산책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기다린다. 나는 급하게 옷을 입고 찰리에게 하네스를 입히며 산책가방을 든다. 아침 산책 출발.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애플워치의 '밖에서 걷기' 운동버튼을 누른다. 회사 지각하지 않으려면 정확한 시간 체크는 필수다. 집에서 나와 30분에서 40분 정도 아침산책을 한다. 안양천을 가던지, 공원을 가던지, 아니면 집 앞 동네를 돌던지. 3가지 루트다. 주말에는 1시간 이상이지만 평일은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찰리가 많은 냄새를 맡고 머리를 쓸 수 있는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아침 산책을 마친후에는 집에 돌아와 찰리의 발을 닦이고 아침밥을 준다. 산책 때 에너지를 많이 썼으면 밥을 먹지만, 본인이 만족하지 않는 수준의 산책이었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 자기주장 확실한 강아지다. 나는 출근해야 하는데 찰리가 밥을 안 먹으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찰리는 아침 산책을 마친 후 자신의 하우스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한다. 내가 출근할 때도 문 앞까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집에 홈캠을 설치하지 않아 찰리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냥 나를 기다리며 계속 잔다는 것을 느낌적으로 알 수 있다. 주말에 찰리의 행동을 분석해 보면 찰리는 오후 2-3시까지 쭉 잠을 잔다. 그리고 내가 점심을 먹을 때 잠깐 일어나 무얼 먹는지 확인한다. 이때까지 찰리가 밥을 안 먹었으면 나는 한번 더 산책을 나간다. 산책이 좋아 따라나오지만 찰리의 두 눈은 굉장히 졸린 눈이다. 1시간 정도 산책 후 돌아와 찰리는 밥을 먹고 또 잔다. 오후 5-6시까지.
관찰해 보니 찰리는 평일에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는 시간. 그 시간이 가장 활발한 시간이다. 그때는 1시간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도 에너지가 넘쳐서 나랑 터그놀이 공놀이 무조건 30분 이상 놀아야 한다. 계속해서 장난감을 물고 온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에너지를 쏟고 밤 9시가 되면 다시 꾸벅꾸벅 존다. 자신의 침대로 가서 편하게 자면 좋겠지만 내가 불 끄고 들어가기 전까지 내 주위에서 계속 잔다. 계산해 보니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 9시간 넘게 자는 거다. (내가 잠들기 전까지는 얕은 잠이니깐 밤12시 부터라고 계산해야 하나,,)그리고 또 아침 산책 후부터 9시간을 자는 것 같다. 하루에 거진 15시간에서 18시간,,
찰리가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또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반려견이 잠을 많이 자는 게 건강한 거라고 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주말에 나 때문에 찰리가 낮에 잠을 충분히 못 자면 굉장히 예민해진다는 것. 지나가는 강아지들한테 시비 걸고 그런다. 그래서 내가 또 여기저기 데리고 나가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지금 이 정도 활동시간이면 충분한 건지 찰리에게 묻고 싶다.
아침산책-밥-잠-저녁산책-밥-놀이-잠
찰리의 평일 루틴이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찰리는 열심히 견생을 살고 있다. 찰리가 지금 라이프스타일에 만족하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