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라왔던 일. 찰리와 24시간 붙어있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2주 동안 찰리와 붙어 지낼 기회가 생겼다.
회사에 출근하고 나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찰리의 배변 문제. 완벽한 실외배변 개가 되어버린 찰리는 내가 집에 올 때까지 무조건 배변을 참는다. 그게 늘 안쓰럽고 걱정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지.
아침에 산책, 오후에 산책, 저녁에 산책. 1일 3 산책을 하게 되었다. (이게 영원하진 않을 텐데, 찰리야 알지? 미안하지만 당분간만이야)
햇빛이 가장 뜨거운 오후, 찰리는 광합성 실컷 하며 배변도 시원하게 해결한다. 낮에 나오니 동네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원래 주말에만 볼 수 있었던 친구들도 오후가 되니 시간을 맞춘 것 마냥 하나둘 모여든다.
찰리는 참 특이하다. 강아지 놀이터에 가도 누구와 아주 신나게 뛰지 않는다. 자발적 아싸라고 해야 하나. 냄새 맡는 게 더 재밌고, 누나인 나와 뛰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우다다 시간 외에는 다른 강아지들과 나 잡아봐라 게임도 잘 안 한다. 혹여 활발한 아기 강아지들이 귀찮게 하면 처음 몇 번은 놀아주다가도 금세 귀찮아져 으르렁 거린다. 강아지 성격은 주인을 닮는다던대 갑자기 머쓱하다.
그래도 찰리가 그나마 자주 보는 친구들 중 나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첫 번째 친구는 최근에 자주 만난 '코니', 코니는 7개월 된 믹스견이고 번식장에서 구조된 유기견이다. 보호자가 사랑과 관심을 듬뿍 줘서 2개월 만에 견생역전했다. 우울함이 뭐죠? 깨발랄 그 자체다. 코니는 곱슬곱슬한 털이 하얗고 중간중간 미세한 브라운 점박이가 보인다. 푸들과 다른 견종이 섞인 것 같은데 알 수 없다. 코니는 지금 한창때라 지치지 않고 뛰어다니며 냄새 맡고 친구들에게 놀자고 달려든다. 처음에 찰리한테도 그랬는데, 찰리가 잘 안 받아줘서 요즘은 찰리에게 잘 오지 않는다. 찰리 말고도 놀 친구들이 많아서 전혀 아쉬워하지 않는다. 찰리만 아쉬운 거지 뭐.
두 번째 친구는 '슈가', 슈가는 비숑친구고 최근에 낮에 자주 만났다. 슈가는 찰리와 비슷한 크기지만 겁이 많다. 찰리가 가까이가 냄새 맡으려고 하면 꼬리가 엉덩이뒤로 바짝 붙는다. 무섭다는 뜻이다. 그래도 요즘 좀 자주 봐서 찰리에게 익숙해졌다. 찰리랑 뛰뛰하며 놀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 안에서 잘 어울린다. 어제는 슈가가 다른 강아지 친구 때문에 처음으로 웃는 것을 봤다. 물론 찰리 때문은 아니었다.
세 번째 친구는 '칸', 칸은 2살 된 웰시코기다. 일반 웰시코기에 비해 빅사이즈라고 봐야 될 것 같다. 칸을 처음 본 것은 동네 동물병원에서다. 칸의 할머니가 칸과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그 늠름한 덩치와는 반대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후로 길에서 여러 번 칸을 마주쳤다. 병원에서의 모습은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아주 활발하게 인사를 한다. 찰리와도 인사하고 싶어서 저기 30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배를 깔고 엎드려 있다. 애견놀이터에서도 찰리와 몇 번 같이 놀았는데 활발한 칸을 찰리는 무서워하는 것 같기도.
이 외에도 새벽 산책마다 마주치는 10살 된 웰시코기 친구, 같은 동네에 사는 1살 된 에너자이저 말티푸 친구, 늠름한 풍산개 짱이, 코니와 가족 관계인 후추, 옆집 사는 주디 등 찰리가 자주 보는 친구들은 꽤나 많다. 한동안 자주 보였던 친구가 안 보이면 나는 가끔 그 강아지가 이사 간 건 아닌지 생각한다. 에너자이저 말티푸 친구가 그렇다. (지금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데) 며칠 전 찰리와 산책하다가 그 말티푸 강아지를 만났다. 정말 만나기 바로 직전, 보호자 부부와 그 강아지가 이사 간 건 아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기했다. 그분들께 이사 가신 줄 알았다고 말했더니 반가워하시며 찰리의 안부도 물으셨다. 겨울이 오기 전 말티푸 친구랑 몇 번 같이 놀았던 적이 있는데 찰리는 그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집에 와서 기절했다. 참 고마웠다. 불나방 같은 찰리의 체력을 빠르게 소진시켜 주는 착한 친구.
동네에 좋은 보호자분들과 귀엽고 착한 강아지 친구들이 많아서 찰리도 나도 너무나 좋다. 찰리가 마음을 열고 조금 더 친해지는 친구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나의 자그마한 바람이다.
찰리와 함께하는 이 평범한 날들이 유쾌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