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는 작년 9월 11일에 우리 집에 왔다. 이제 1개월 후면 정확히 1년이 된다. 그새 정도 많이 들고 반려견과 보호자로서 서로의 롤에 최선을 다했다.
언제 나는 가장 기뻤고 힘들었는가? 연간리포트 개념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일단 나는 아침에 눈뜰 때 찰리의 애교를 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겁다. 무슨 애기가 응석 부리듯 이제 막 잠에서 깬 나에게 다가와 손을 핥고 얼굴을 핥는다. 여유가 있다면 좀 더 누워서 순간을 즐기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찰리는 기지개를 앞뒤로 쭉쭉 켜고 자신의 목덜미를 들이대며 만져달라고 구르기를 시전 한다. 평소에는 애교를 부리지 않는 강아지가 오전 이 시간에만 애교를 발산한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내가 좋아하는 걸 수도.
아침 애교 말고도 우리 가족나들이에 찰리가 합류한 순간들, 공기의 흐름이 바뀐다. 찰리는 떳떳하게 본인의 몫을 해낸다. 표현이 적은 우리 가족들도 찰리와 함께 있으면 무장해제 된다. 강아지 유모차를 태우고 처음으로 타임스퀘어에 갔던 날, 이케아에 가고 스타필드에 같이 간 시간들. 계곡에서 찰리랑 물놀이 한 날, 안양천 풋살 경기장에서 무한반복 공놀이 등.
지금 보니깐 일상에서 늘 기뻐하고 있었다.
어느 한순간만이 아니라 같이 있으니깐 좋은 것.
그리고 안양천 산책하면서 늘 느끼는 건데, 나는 찰리가 없었으면 혼자서 절대 안양천 산책 같은 건 하지 않았을 거라고.
반면에 힘든 순간들도 있었다.
이직하고 잠도 줄여야 하고 업무 적응해야 하는 시기라 찰리 산책이 버거웠다. 아빠의 sos로 그 시간을 잘 넘겼는데 찰리에게 짜증을 내고 예민하게 굴어서 너무 미안했다.
내가 회사에서 짜증을 낼 수 있는가? 아니요. 가족에게 짜증을 내도 되는가? 아니요. 말 못 하는 강아지라고 짜증을 내도 되는가? 아니요.
그런데 몸이 힘들면 찰리가 산책할 때 줄을 심하게 당기는 것도 참지 못해 순간 욱하는 감정이 몰려온다. 그래놓고 10분 후에 미안하다고 한다. (진짜 미안하면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에 반려견과 관련된 영화라던가 이야기들이 영상으로 뜨는데 클릭하는 순간 눈물 줄줄이다. 이렇게 빨리 1년이 지나갔는데 이걸 열 번 하면 찰리가 없다고 생각하니깐 미치는 거다.
그래서 그냥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에 집중하려 한다. 오늘 하루 내 삶에도 최선을 다하고 찰리에게도 그래야지 다짐하면서.
찰리에게도 묻고 싶다.
너는 언제 가장 기뻤고 언제 가장 슬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