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물놀이
서울에 이례없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낮 기온은 35도를 넘기는 날이 부지기수고 체감온도는 41도를 넘는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사람으로 치면 얆은 패딩을 입고있는 것과 같다는 강아지들에게 여름은 겨울만큼 힘든 계절이다.
우선 출근 전 거실 에어컨을 27도 바람세기 약으로 틀어 놓는다. 6월에는 서큘레이터 정도만 틀었는데 7월에는 어림도 없다. 거실 한쪽 창이 서향이라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찰리가 오후를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찰리의 하우스 앞에는 쿨패드를 깔아주었다. 지금도 시원한 패드 옆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서너시 외출은 자제 한다. 대낮에 산책은 아무리 실외배변이 중요한 찰리에게도 가혹행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달궈진 아스팔트는 강아지들의 발바닥 패드를 위협했고 가빠지는 헐떡거림은 힘들어 보였다. 조금만 걷다가도 건물로 들어가려는 찰리의 모습을 캐치했다.
실내를 떠나 시원한 계곡으로 향했다. 물놀이 하면 찰리도 좋아하지 않을까란 생각에 오후 6시쯤 계곡에 다녀왔다. 애견동반이 되는 계곡이라 눈치 보지 않고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계곡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많았고 그 아이들은 찰리를 보자마자 자신의 엄마에게 "어디서 개똥 냄새가 나 엄마" 라는 무례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 아이의 형은 지지 않고 "어디 개가 있나보지" 라며 우리를 쳐다봤다. 딱 봐도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들인데 그런 혐오 발언을 큰소리로 쏟아내는데도 아이의 부모는 입단속을 시키거나 제지를 하지 않았다.
매번 느끼지만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정말 황당한 일을 많이 겪는다. 강아지가 짖으면 짖는다고 뭐라하고, 지나가면 냄새가 난다고 하지를 않나. 상식 밖의 행동들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그 아이의 말에 받아치면 싸움밖에 더 나랴. 무시하고 계곡의 상류쪽으로 이동했다. 마침 아무도 없는 스팟을 찾아 찰리와 함께 마음 편히 놀 수 있었다.
그런데 찰리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 강아지였다. "찰리야 더우니깐 물에 들어가자" 라고 말하며 강제 입수를 시켰지만 3초만에 탈출했다. 그리곤 내가 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어서 나오라고 짖는다.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몇번 반복하고는 다른 스팟을 찾아 또 이동했다. 아까보다 더 위쪽으로 가니 계곡 물이 차갑게 느껴졌다. 이번에도 "찰리야 진짜 시원해 들어와봐"라고 했지만 찰리는 플레이바우 자세만 취한채 여러번 짖고 들어오지 않았다. 찰리가 물놀이를 좋아하면 반려견 전용 수영장이나 펜션 또는 풀빌라를 가볼까 했지만 계획은 무산됐다. 비맞으면서 산책은 오케이지만 입수는 싫어하는 강아지.
큰 비치 타올을 가지고가 물에 젖은 찰리의 털을 말릴 수 있었고 해가 져도 뜨거운 기온은 드라이기가 필요 없었다. 계곡에서의 물놀이는 끝내고 애견동반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해결하려고 했다. 베트남 쌀국수 집이었는데 분명 반려견 동반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우리가 앉을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바테이블이 있는 구석진 곳이었다. 사람3, 강아지1 조합인데 서로 바라보며 식사는 불가능했고 찰리는 바닥에 엎드리거나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도 들어올 수 있게 해준게 어딘가 라는 생각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해외처럼 반려견 동반 식당과 카페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끔 유튜브에 강아지와 갤러리를 찾은 사람들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너무 부러운 순간이다. 나는 미술 작품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찰리와 함께 가지 못해 늘 아쉽다. 현재 대한민국 5천만 인구중에 1500만 이상이 반려견 또는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 시대가 변해가고 있는데 법은 아직 그대로인 부분이 씁쓸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과 수준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반려견을 싫어하고 피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이제 물놀이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른 방법으로 찰리가 여름을 즐겁고 쾌적하게 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