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뜨리마까시, 발리

[육휴아빠 장꾸아들 따뜻엄마의 발리 한달살기] Day 30+

by 이음바다

같은 질문들

"발리에서 뭐가 제일 재밌었니?"

아들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조용히 다가와 같은 질문이 지겹다고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아들은 모두에게 성실히 답해주고 있다. 스노클링과 수영 이야기를 할 때면 입에 침이 마른다. 11월부터 다시 실내수영장 레슨을 다니기로 했다. 요즘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수영장 언제 가냐는 것이다. 아들아, 같은 질문 지겹단다.


발리에서 자란 1cm


키가 컸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실제로 1cm가 컸다. 발리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1일 1수영하며 운동도 평소보다 많이 했다. 클 때가 되어서 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1cm 안에는 30일의 햇빛과 바닷물이 스며있을 것이다. 뜨거운 발리에서 쌀쌀한 가을의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들의 긴팔, 긴바지를 꺼냈더니 꼭 맞거나 작아졌다. 조만간 옷을 사러 가야겠다.


어깨춤의 어린이집


돌아온 다음 날 바로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아들은 춤을 추며 문을 향해 돌진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전보다 더 시끄럽게 떠든다고 한다. 낯가리던 영어학원 친구와도 장난이 심해졌다. 발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금방 친해지기는 실패했지만, 가깝던 사람들과는 더 깊어졌나 보다. 발리에서 한 달이 아이를 확장시키기에는 짧았지만, 단단하게는 만들었다,

바뀐 아침의 리듬


매일 아침 발리에서처럼 일찍 일어나주길 바랐다. 돌아온 다음날부터 귀신같이 원래의 기상 시간을 회복했다. 그러나 일어나서 미적거리지 않는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투정 없이 잘 먹는다. 옷도 스스로 갈아입는다. 하기 싫어하던 아침 식사 뒤 양치도 꼬박꼬박 하고 있다.

아이보다 느린 어른의 속도


나는 몸무게가 3kg 줄었다. 인바디를 측정해 보니 지방은 약간만 줄었고, 근육이 많이 빠졌다. 고생해서 몸이 곯았다는 뜻이겠지. 다이어트 방법으로 한 달간 독박육아를 추천한다. 오랜만에 아파트 헬스장에서 땀을 흘렸다. 다음 날 온몸 근육통에 시달렸다. 전보다 운동 중량과 횟수를 줄였다 조금씩 늘리고 있다. 금방 일상을 회복한 아들과 달리 나는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


끝나지 않는 선물 리스트


아들과 발리에서 잠들기 전 매일 오늘 즐거웠던 일 세 가지 말하기를 했었다. 하루를 정리하기 좋았다. 무엇을 말할까 고민하다 잠들어버린 적도 있다. 귀국일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나의 집, 내 침대에서 잠들기 전 아들과 나란히 누웠다.

"발리에서 30일 전체 중 가장 즐거웠던 세 가지를 뽑아보자."

"스노클링! 사파리! 영어 수업! 수영! 나시고랭! 미고랭! 바다! 만들기! 체육!......"

발리가 우리에게 준 수많은 선물의 목록이 끝없이 만들어졌다.

여운이 자라 다시 만날 때까지


여전히 수영복에 바다 냄새가 스며있고, 옷깃에 햇살이 묻어 있다. 끝없는 목록처럼 우리는 앞으로 수많은 순간 발리를 떠올리고 또 떠올릴 것이다. 여운들은 사라지지 않고 새롭게 자라 우리가 또 발리를 찾게 만들겠지. 반갑게 다시 만날 그때를 위해 진하게 작별하기로 한다. 발리가 준 모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뜨리마까시! 삼빠이 줌빠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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