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아빠와 수영러버아들의 발리 한달살기] Day 27,251011
아들과 남은 대미의 나흘을 보낸 곳은 꾸따였다. 발리 서부의 해변 도시다. 사누르 아이콘발리의 기억을 살려 디스커버리라는 큰 쇼핑몰과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다. 4성급 리조트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편하게 지내고 싶었다. 2,3성급 숙소를 돌다 별이 늘어나니 천국이었다. 넓은 방에 짐을 아무렇게나 풀고 벌레 걱정 없이 편하게 잤다. 코스로 나오는 조식도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게 해 줬다.
방에서 푹 쉬다 점심식사를 하려 나왔다. 멀리 가지 않고 호텔 식당을 찾았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아들이 잠이 온다며 떼를 썼다. 자꾸 드러눕고 울 듯이 징징댔다. 또 이러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평소보다 심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얼굴과 입술이 하얗게 질린 게 아닌가. 이마를 짚어보니 뜨끈했다. 애가 아프구나 직감했다. 아이를 안고 바로 방으로 돌아왔다. 식사는 룸서비스로 돌렸다. 챙겨 온 체온계로 열을 재니 38.7도. 바로 해열제를 먹이고 눕혔다.
전날 밤 피곤한 아들을 제대로 씻기지 않고 바로 재웠다. 에어컨 온도를 24도에 맞추고 나도 잠들었다. 좋은 호텔의 에어컨이 쌩쌩 돌았나 보다. 이전보다 춥게 잔 아들의 코가 막히고 목이 부은 것이다. 편안함이 방심을 낳았다. 별이 늘어난 만큼 조심도 늘려야 했다.
호텔 병간호의 하루였다. 때에 맞춰 감기약을 먹이고 계속 열을 체크했다. 다행히 음식을 거부하지 않고 꽤 먹었다. 시간이 지나니 컨디션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장난감을 찾아 혼자 놀기 시작했다. 유튜브로 놀이 채널도 함께 보고 TV로 애니메이션도 봤다.
너무 누워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저녁에는 가까운 쇼핑몰로 가벼운 산책도 다녀왔다.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며 아들의 활기는 완전히 되살아났다. 고민하던 아들의 선택은 야바 그래놀라였다. 자신이 가장 좋아한 간식을 친구들에게도 주기로 한 것이다.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를 배려한 간식까지 잊지 않았다. 선생님들에게 드릴 것까지 넉넉히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아이의 마음은 이미 한국으로 돌아가 등원한 상태였다. 함께 간식을 나눠 먹을 얘기를 하며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출발 전부터 한 달 살기를 연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지내는 중간중간 "발리에서 더 지내도 재밌겠지?" 하며 의사를 물었다. 아들은 늘 확답을 피했다. 한국에서의 일상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아들을 보며 연장의 마음을 접었다. 남은 기간을 더 예쁘고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마지막 순간 건강 관리를 잘못해 한 달 살기 전체의 기억을 흐릴 뻔했다. 고열을 넘어 하루 만에 회복해 준 아들에게 고마웠다. 이국적인 풍경과 여행보다 아이의 체온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떠남의 아쉬움보다 돌아갈 곳의 설렘이 더 크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여행은 떠날 때가 아니라 돌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의 발리는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