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잠시 안녕, 바다의 선물과 새로운 시작

[육휴아빠 장꾸아들 따뜻엄마의 발리 한달살기] Day 26, 251010

by 이음바다

짐을 나누고 마지막 투어로


엄마가 먼저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아침부터 짐 정리에 바빴다. 그동안 섞였던 짐을 다시 구분했다. 엄마 물건은 따로. 귀국길에 먼저 보낼 것과 조금 더 남을 나와 아들의 짐을 분류했다. 이동일은 항상 투어다. 발리 남부지역을 한 바퀴 도는 프로그램을 택했다. 관광대국 발리에는 다양한 투어가 있다. 6살 아이와 할 수 있는 상품의 거의 다를 해본 셈이었다. 남부 투어가 그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우붓에서 두 시간 넘게 차를 달렸다. 남부의 연파랑 바다가 나타났다.


스노클링 약속과 아이스크림


빤다와 비치가 첫 목적지였다. 익숙한 사누르보다 맑은 바다를 보자 아들은 해변으로 달려갔다. 금방이라도 물에 첨벙 뛰어들 것 같았다.

"여기서 스노클링 하는 거야?"

아들은 더 맑은 바다에서 스노클링 하자고 했던 약속을 기억해 냈다. 에메랄드 물빛을 보자 여기가 그곳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야 했다.

"아냐. 미안하지만 우리 남은 일정 가운데 스노클링을 하기는 힘들어."

아들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아빠는 거짓말쟁이라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표정이었다. 엄마가 눈치 있게 장난을 걸었다. 기분이 풀리기 시작했다. 해변을 걷다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줬다. 다음에 발리는 아니지만 다른 멋진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자고 약속했다. 아들은 빨리 녹는 아이스크림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약속이 낡은 약속을 덮어주었다.

조류가 거친지 스노클링하는 배는 보이지 않았다

원숭이 이야기의 마지막


타나바락 절벽에서 가이드의 요청에 따라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절벽보다 바다가 좋았다. 절벽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늘 위로는 페러글라이딩 행렬이 이어졌다.

절벽 위에 세워진 울루와투 사원을 거닐었다. 이 사원에도 원숭이가 있었다. 입구에서 원숭이 안내를 받고 아들은 다시 몸이 굳었다. 몽키 포레스트에서처럼 사원을 천천히 돌아보지 못하고 빨리 빠져나와야 했다. 사원 출구 근처에서 다른 관광객의 안경을 뺏어든 원숭이를 만났다. 사원 직원이 먹을 것을 주니 그제야 안경을 집어던졌다.

"엄마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으면 원숭이가 빼앗았을 거야."

아들은 사원에 들어서며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안내를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6살 아이에게 원숭이는 마지막까지 무서운 동물로 남게 됐다. 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하나의 이야기는 남게 됐다.

절벽을 더 특별하게 만든 사원

하얀 산호 조각에 마음의 색을 입히다


남부 투어는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로 끝나는 일정이었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빠당빠당 비치였다. 동굴 사이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아담한 해변이 나왔다. 파도가 약하고 수심이 얕아 물놀이하기에 딱 좋았다. 우리 가족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반쯤. 해가 넘어가며 하늘빛과 물빛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아들과 나는 산호 줍기에 바빴다. 죽어 깨진 산호가 해변에 자갈처럼 널려 있었다. 특이한 모양과 무늬의 산호를 찾아 한 곳에 모았다. 아들은 스노클링을 하며 색색의 화려한 산호를 만났었다. 바다 밖으로 나온 산호는 색을 잃고 돌이 되어버렸다. 죽으면 하얗게 질리는 것을 슬퍼했다.

"바다를 깨끗하게 해서 내가 다 살려줘야지."

아들은 물속에서 만났던 생명의 무늬를 기억하며 하얀 조각에 다시 마음으로 색을 입히고 있었다. 아이는 죽음을 사랑으로 되돌리고 있었다.


다시 오고 싶은 해변 1위 빠당빠당

엄마와 짧은 이별, 보랏빛 노을을 뒤로하고


남부 투어는 바다에서 시작해 바다에서 끝났다. 해산물이 유명한 짐바란 해변의 해산물 식당에서 마무리됐다. 보랏빛 노을을 등지고 공항으로 향했다. 엄마를 먼저 보내야 할 시간이다. 엄마와 아들은 서로 꼭 끌어안았다. 아들은 가지 말라거나 보고 싶을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우리의 마지막 호텔로 향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꾸따의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방에 들어서자 아들은 엄마를 다시 만나려면 세 밤만 자면 된다며 바로 침대에 뛰어들어 잘 채비를 했다. 엄마는 가고 아들과 둘이 남았다. 비록 짧은 세 밤이지만, 다시 단 둘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됐다. 엄마의 빈자리가 아닌 둘의 새로운 추억을 채울 마무리의 시간. 발리 한 달 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연장전'이 시작됐다.


엄마를 배웅해 준 짐바란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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