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은 날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기준을 높여버리는 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왜인지 모르게 부족해 보인다.
잘못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게으르게 산 것도 아닌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그런 날에는
사소한 장면들이 나를 쉽게 흔든다.
열심히 사는 사람의 이야기, 앞서 나가는 사람의 근황,
잘 해내고 있다는 말들. 그것들이 나를 직접 겨냥한 말은 아닌데 나는 자꾸 나를 비교의 자리에 세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할 것 같고, 지금보다 더 나아가야 할 것 같고, 지금의 속도로는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미 충분히 해낸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린다. 버텨온 날들, 무너지지 않았던 순간들,
아무 일 없이 지나온 하루들까지.
그 대신 아직 하지 못한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해진다.
더 잘 살라는 말이 사실은 지금의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의 나는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부정하기 위해 나를 몰아붙인다.
그런데 문득 이 질문이 떠오른다. 정말 내가 더 잘 살아야 해서 이렇게 스스로를 다그치는 걸까. 아니면 지금의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믿어버렸기 때문일까.
나는 이제 그 질문 앞에서 조금 멈춰보려고 한다.
더 잘 살지 않아도 지금의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의 나는 눈에 띄게 잘 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버리지도 않았다.
괜히 더 잘 살지 않아도 오늘을 끝까지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오늘은 충분하다고 말해주기로 했다.
이런 날도 계속 살아가는 날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믿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