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아무에게도 설명하고 싶지 않다. 오늘 뭐 했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는 게 아니라 대답을 꺼내고 싶지 않은 날.
설명하려는 순간 하루가 너무 작아질 것 같고, 말로 정리하는 동안 내 마음이 더 닳아버릴 것 같아서. 우리는 늘
하루를 설명해야 하는 사람처럼 산다.
무엇을 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얼마나 잘 버텼는지.
그 질문들 앞에서 나는 종종 숨을 고른다.
오늘의 나는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 버텼고, 너무 적은 걸 해냈다. 그 사이 어딘가에 그냥 지나가버린 하루가 있다.
사실 하루는 설명되지 않아도 지나간다.
말이 없어도 끝나고, 이야기가 없어도 남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하루를 괜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나는 이제 그 기준에서 조금 멀어지고 싶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그저 나만 알고 있으면 되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의 나는 눈에 띄게 잘 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를 설득하지 않아도 되었고, 나를 정당화하지 않아도 되었고, 나를 변명하지 않아도 되었다.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조용한 하루였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는 대단하지 않아서 좋은 날이다. 성과도 없고 이야깃거리도 없지만
나를 가장 덜 소모시키는 날.
나는 이런 하루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저 살아 있는 사람이 하루를 지나온 방식 중 하나라고
조용히 남겨두기로 했다.
오늘은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이
나를 조금 지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