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괜찮아 보이는 사람의 하루

by 새벽

나는 종종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하루를 보낸다.
표정은 무난하고,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고, 해야 할 말은 빠짐없이 한다.


누가 봐도 별일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하루.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길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깨가 무겁고 괜히 말이 줄어든다.
나는 하루 종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는 걸 그제야 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괜찮아 보이기 위해 노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웃어야 할 때 웃고, 고개를 끄덕여야 할 때 끄덕이고, 대답해야 할 때는 잠시 생각을 미루고.


그 모든 장면이 나를 조금씩 닳게 만든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말을 고르고, 표정을 정리하고, 목소리를 다듬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괜찮아 보이는 하루는 대단하지 않다. 다만 티 나지 않게 애쓴 시간이
길었을 뿐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무도 몰라줘도 나만은 안다.
오늘의 나는 꽤 많이 버텼다는 걸.


괜찮아 보이기 위해 나를 다그치지 않았고, 티 나지 않게 마음을 붙들었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걸. 나는 이제
괜찮아 보였던 나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건 연기였던 게 아니라 생존이었으니까. 오늘도 나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조용히 인정해주기로 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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