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아주 대단한 일은 없었다. 눈에 띄는 변화도,
누가 알아줄 만큼의 성취도 크게는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여기까지 와 있었다. 무너지지 않은 날들,
조용히 버텨낸 시간들,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았던 하루들.
그 모든 게 보이지 않게 쌓여 있었다. 우리는 자꾸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만 생각한다. 얼마나 더 나아져야 하는지, 얼마나 더 잘해야 하는지. 그래서 이미 지나온 시간은 쉽게 잊혀진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쉽지 않았던 날들이 유난히 많았다. 괜찮지 않았던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날, 괜히 더 잘 살아야 할 것 같았던 시간. 그런 날들을 지나 나는 여전히 여기 서 있다.
완벽하게 단단해진 것도 아니고, 완전히 괜찮아진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사실만은 분명하다. 나는 종종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꽤 오래 버텨온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더 나아가겠다고 다짐하지 않겠다.
대신 여기까지 온 나를 조용히 인정해주고 싶다. 눈에 띄지 않았어도, 특별하지 않았어도, 그저 하루를 끝까지 살아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정확한 기록이다.
내일도 아마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미 여기까지 와 있다. 그리고 또 천천히 하루를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