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우 Sep 07. 2022

저학년 때 알고 준비했으면 좋았을 것들

대학교 3학년, 슬슬 진지하게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3학년이 된 지금, 뒤늦게 방향을 정하고 보니 너무 이뤄놓은 것이 없더라고요. 저는 아마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메꾸기 위해 4학년 끝날 때까지, 어쩌면 5학년까지 학부에서 고생 좀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이 저와 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고자 대학 저학년 때 대학생활의 방향성을 잡는 게 왜 유용한지, 좀 늦게 깨달은 제 입장에서 서술하고자 합니다.



저는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부터 고분자의  depolymerization이나 green synthesis 쪽으로 연구분야를 정해놨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 물질을 분해시키거나, 합성 시부터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설계하는 것이죠. 사실 많은 학생들이 '무슨 연구를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라고 하는 것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스타트라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고분자에 대해 배워야 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질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면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재료공학부로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재료공학부에 와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재료공학부가 다양한 재료를 얇고 넓게 가르치는 만큼, 커리큘럼에서 고분자 관련 과목은 손에 꼽습니다. 전공필수인 유기재료공학을 제외하곤 고분자재료화학, 고분자재료물리, 유기재료공학 정도네요. 생체재료를 포함시켜도 2과목 더 추가될 뿐입니다. 그런데 화학결합의 분해 쪽을 하자니 차라리 화학부가 낫고, 공정을 다루자니 차라리 화생공이 낫겠더라고요.


2학년 2학기가 끝나고 재료과에서 고분자 합성 관련 촉매를 개발하는 랩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랩인턴을 하면서 느낀 점은 기본적인 화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주어진 문제점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인턴이 끝날 때까지도 연구 내용을 제대로 이해 못해 기계적인 실험만 하다 끝났습니다. 결국 현상을 원론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자연과학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학기부터 화학부 과목을 수강중이고, 다음 학기쯤엔 복수전공 신청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3학년 2학기, 이제와서 복수전공 하자니 졸업 때까지 로드가 너무 빡세졌어요. 남은 재료과 전필 + 화학부 전공 + 랩인턴 (+ 동아리 회장)의 삶은 힘듭니다. 요새 몸이 이곳저곳 너무 아파요.


대학원을 알아보다 보니, 제가 원하는 연구분야에 맞는 교수님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많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결국 희망 분야와 교수님 분야가 일치하려면 유학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입학할 땐 유학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무조건 석사는 끝나야 미국에서 박사를 할 수 있는 줄 알았고, 한국의 교수님들이 잠깐 있다 졸업하는 석사 입학생을 썩 반기지 않는다는 건 잘 몰랐습니다. 게다가 준비할 서류는 얼마나 많던지요. 전역하고 나서야 이러한 어려움을 직시하게 되었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외국 랩을 검색해보고 자기소개서의 아웃라인을 만드는 등 관련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걸 다 깨닫고 난 뒤 주변을 둘러보니, 세상에, 내 주변에는 대단한 사람들뿐인 것 같아요. 나보다 열심히 살아왔고 이미 많은 것을 이룬 사람은 주변에 널린 것 같아요. 랩인턴을 2~3년씩 했거나, 학점이 탈인간이거나… 둘 다거나. 나의 경쟁력은 뭘까 고민중인 요즘, 지금의 고민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싶은 게 많습니다. 물론 한번뿐인 대학생활, 즐겁게 보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큰 그림은 미리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대학생의 독서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