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우구스티노 Jun 30. 2023

Z세대 회사원은 '성장'하고 싶다

공감 15 │ 현실적인 Z세대의 통찰력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였다. 팀장급도 있었고 입사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친구도 있었고 이제 6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한 친구도 있었다. 6명이 있었는데 직급은 다양했고, 생각들도 다채로웠다. 그중에 가장 막내와 이제 차장이 된 친구와의 대화가 흥미를 끌었다.


"음, 저는 에이스까지는 굳이 원하지 않아요."
"그래? 별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가?"
"아니, 잘하고 싶은 마음.. 까지는 모르겠고, 못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정도예요.."
"아.. 그렇구나.."
"네, 그래서 그냥 중간 이상만 갔으면 좋겠다.. 싶어요"

"너 동기들도 다 그래?"
"아니, 다 그런 것은 아닐 텐데.. 에이스 되겠다는 마음을 강하게 가진 친구는 없을 것 같아요.."
"에이스 되는 것까지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중간은 갔으면 좋겠구나?"
"네, 욕먹지 않을 정도.."
"그렇구나.."



이미 씨니어들도 적체가 심하게 된 지 오래되었다. 예전만큼 임원들의 수명이 짧지도 않다. 생각보다 오래들 한다. 대다수의 임원들이 2~3년 만에 짤리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적어도 4~5년은 임원 타이틀을 유지하는 듯하다. 임원들이 짤리지 않는다는 것은 팀장들이 올라갈 기회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그나마 팀장이라도 됐으니 다행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각 팀의 차석자들이, 비키지 않는 팀장들을 보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적체가 이제 만연하고, 회사 생활을 몹시 우울하게 만들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과거처럼 고성장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자리들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위에서 고인물들은 서로의 자리를 유지해 가면서 밑에서 썩는 물은 그저 외면한다. 이런 회사에서 발전은커녕 침몰하는 배 위에 있는 듯하다.


차석자들까지도 이렇게 답답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걸 모를 리 없는 주니어들은 에이스가 되어봤자 승진의 끝에 '저렇게 적체되는 바구니 안에 들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헌신과 열정으로 에이스가 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게 되는 것 같다. Z세대는 현실적이기에 그들의 통찰이 정확하다.


‘그래, Z세대의 열정 부족을 탓하는 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오판이다. 그들의 생각이 맞다'


X세대보다 또는 M세대보다 훨씬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대학생 시절조차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취업을 위해 갖가지 스펙을 쌓기 위한 노력을 해온 사람들이 바로 Z세대이다. 그들은 현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면서 손해보지 않는 방법을 취한다. 그들은 사실 매우 똑똑하면서 섣불리 자존감을 잃지 않고, 적어도 자기 몫에 대한 책임감은 알고 있다.




또 다른 어느 날, 나는 입사 2년이 아직 되지 않은 친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선영아, 너는 회사생활이 맘에 드니?"
"네, 저는 좋습니다."
"진짜?"
"네, 그렇습니다."

"그래. 내가 앞에 있는데 회사가 맘에 안 든다고 말하기가 어렵겠지.. 그러면 너는 회사의 어떤 모습을 보면 실망할 것 같니?"
질문을 바꿨더니 좋은 대답이 나온다.

"음.. 이 회사가 저의 성장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하면 회사에 많이 실망할 것 같습니다."
"아! 성장을 하고 싶어?"
"네, 저는 성장을 하고 싶어요. 뭐 잘되는 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뭔가 배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장'이구나..

승진이나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확신이구나..

에이스 아닌 중간만 해도 좋다는 말은, 남들이 만들어놓은 grade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구나. 남들이 보는 틀 안에서 몇 등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길 밸류가 높아지고 있다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거였구나..




60년 후반~70년 초반생들이 과차장, 부장 팀장 시절에는 고성장을 거듭했다. 안타깝지만 그들이 기득권을 차지한 이후로 그들의 탓이던 외부의 탓이던 여하튼 회사의 성장이 과거 같지 않다. 회사를 더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어놓은 체 자기들끼리 안위하면서, 그 결과로 지금의 적체가 만들어졌다.


회사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사실 개인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업무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것인데, 성장하지 못한다면 매번 똑같은 업무만 반복이 되게 마련이다. 그러면 개인의 성장은 쉽게 나타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Z세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와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애줘야 하고 그들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에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어떤 팀장은,

"신입사원들 보면, 회사가 걱정이 된다. 저런 애들이 과연 회사에 나중에라도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큰일 날 소리를 한다. 정말 자만심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이다.


결국 그들이 20년 후에 우리나라의 회사들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기업이 국가의 근간이기 때문에 기업의 성공은 곧 국가의 성장인데, 20년 후 기업의 성장은 지금의 Z세대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 팩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성향에 맞게 알려주고 도와주고 격려해 주면서,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선배들의 의무이다.


다시 한번,

Z세대는 대단한 승진과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이고 그것보다 성장을 더 원한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위로 올라가 봤자 적체가 엄청나기 때문에 결국 그 써클에 들어가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더 현실적으로 스스로의 밸류를 높이는 데에 집중한다. '성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들의 성장이 개인의 것으로 그칠지 그래서 다른 회사로 이직할지 아니면 지금의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회사의 선배로서 그들의 성장을 위해 알려주고 도와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그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면 좋고, 그들이 밖에 나가서 더 잘 되면 그것 또한 좋다.






[표지 : '빌딩 숲에서 한 젊은이가 손을 높게 들고 있는 모습을 그려줘'에 반응한 AI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발표를 잘하고 싶다면 이것을 지키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