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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구스티노 Aug 18. 2023

가기 싫은 회사지만,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것들

공감 16 │ 회사생활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part 1/2




퇴사 관련 얘기를 해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브런치나 블로그, 뉴스에서 퇴사 얘기는 여전히 넘쳐난다. 나 역시 퇴사를 2번이나 해봤기 때문에 퇴사 얘기가 남 얘기 같지는 않다. 회사 생활이 얼마나 힘들면, 퇴사를 하려고 할까 라는 충분한 공감이 생긴다.


그러나, 오늘은 ‘퇴사’ 얘기 말고 ‘회사’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회사라는 곳을 어쩔 수 없이 다닌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회사는 가기 싫은 곳이다. 그렇게 우리는 회사를 부득이 다니는 것뿐이다.


출근하기 싫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다녀야만 한다면 나름의 의미와 기쁨을 떠올리면 좋겠다. 그렇다면,


회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회사는 정말 재미없고 너무 싫고 피하고 싶기만 한 곳인가. 오늘도 회사에서 하루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회사는 피하고 싶은 곳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그렇기만 한 곳인가.




회사를 다니면서 우리는 어떤 것을 찾을 수 있고, 어떤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회사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와 기쁨은 5가지 정도로 생각된다. 더 있을 수도 있고, 그게 그거 아니냐는 말도 나올 수 있지만 나름 이 5가지는 회사 생활의 정말 중요한 의미가 되고 기쁨이 된다.


다시 말해, 본인의 회사생활에 이 5가지 중에 몇 가지가 있는지에 따라 ‘퇴사냐? 스테이냐?‘ 가 결정될 것이다.




1. 큰 일을, 또는 새로운 일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


어떤 일이 탑다운으로 생긴 일이던, 바텀업으로 타고 올라간 일이던(물론 바텀업으로 윗사람들 다 설득해 가면서 이뤄낸 일이라면 만족도는 2배 3배가 더 높아진다는 조사가 있다) 큰 일을 마치거나, 새로운 일을 훌륭히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매우 의미 있다. 그 성취감 하나로 몇 년을 또는 몇십 년을 다니는지도 모른다.


아마 학생 때의 성적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한 학기 All A+을 받은 것 보다도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All A+이면 전액장학금이고, 금액적으로 가치가 높은 성과이다. 회사에서의 프로젝트(프로젝트라는 단어가 적합하지 않지만, 큰 일을 프로젝트라고 칭해보자) 성공은 Reputation 향상은 물론이고 금액적으로도 전액장학금보다 더 큰 보상이 연말 또는 연초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아주 큰 일은 아닐지라도 ‘새롭게 해낸‘ 일의 경우는, 잘 마무리했다고 하여 대단한 금액적 보상이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예전에 그 일 처음에 누가 한 거야?'

'그 일을 처음에 최과장님이 했잖아.'

'아, 그래? 처음에 그걸 어떻게 했대? 대단하네..'


이런 식으로 역량과 성과가 Legacy처럼 전해 내려간다. 라떼 얘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에게 나름의 Legend로 남는 일을 끝내는 것은 엄청난 커리어가 된다.


아마 회사라는 곳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그런 일을 마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 더 큰 성취감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일을 해보겠냐'라는 생각이 드는 일을 우리는 회사에서‘도’ 경험하게 된다.


언제 마드리드로 출장을 가보며, 언제 인도네시아에서 핸드폰 M/S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해보며, 언제 베트남 진출 전략을 짜보며, 언제 회사채 5천억원을 발행해 보며, 언제 2000억원짜리 기계를 구매해 보겠는가.


그런 큰 일들을 경험하며 특히,

선배들이 하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바꿔서 성과를 내었다면 그건 엄청난 만족감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선배들이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해서 퍼포먼스를 창출하여 회사에 기여했다면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니어 친구들이 느끼기에는 '저런 건 씨니어들이 맡아서 하는 일 아니야? 나는 맨날 잡일이나 시키던데?'라는 생각이 바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첫 번째, 경험과 역량이 점점 쌓일수록 큰 일을 맡게 되기 때문에 그때 훌륭하게 보여주려면 주니어 때 잘 갖춰놓은 게 필요하다는 점.

두 번째 비록 주니어 차원의 일이더라도 조금만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해보면 거기서도 ‘충분히’ 성취감들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내가 회사생활에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 일은, 주니어 때 했던 일이며 심지어 정식 업무도 아니었다. 사원 3년 차 정도에 했던 기획부문 40명가량의 송년회를 준비하고 사회를 봤던 일이 가장 큰 성취감으로 기억된다. 그때 몇 분이 나에게 “회사 생활 20년을 넘게 했지만, 가장 즐겁고 의미 있는 송년회였습니다.“ 라는 메일을 따로 보내주셨는데 그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기쁨으로,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2. 선후배들과 술 한잔에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재미"


인간이 AI와 다른 점을 어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 그 자체' 이것이 바로 인간이 AI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다.


대화 자체를 단절하고 방에서만 지내는 사람들이 대화를 싫어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으나, 그런 대화 자체에서 뭔가 상처를 받았기에 그렇게 집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택시를 타보면, 부동산에 가보면, 임원 방에 가보면.. 그렇게들 많은 말을 쏟아낸다. 그들은 분명 외로운 공간에서 대화가 그리웠던 것일 테다.


회사는 그런 대화를 가능하게 해 준다. 물론, 대화를 통해 짜증이 나는 경우도 더러 또는 많이 있지만 그래도 회사는 대화를 만들어나가기는 쉬운 곳이다.


대화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나만 해도 A라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는 생각이 들곤 하니까.

그러나, 좋은 동료들과 점심 또는 저녁 자리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즐겁다.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끼리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얘기들이 다 통한다.


40대만 되어도 친구들을 만나면 공감대가 많이들 달라져버려서 결국 자식 얘기나 골프 얘기 또는 재테크 얘기밖에 할 게 없는 상황을 많이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직장의 동료들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위로하고 격려하고 축하하고 해 줄 수 있다.(윗사람 뒷담화도 큰 얘깃거리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인 선배가 한 명 있다.

“형님, 요즘 언제 행복했어요?“

“행복이라.. 없는데?”

“잉? 아예 없어? 아니 형은 임원이고, 형수님 의사에, 돈도 많고, 애들도 착하고 똑똑한데 안 행복해?”

“음.. 없는 거 같은데.. 아, 아니다. 최근에 어머니 모시고 우리 형네 식구들이랑 다 같이 대게를 먹었는데 그때 좀 행복감이 느껴지더라고..”

“아, 거기서 행복을 느꼈어?”


“행복이 큰 게 아니야. 행복이 흐뭇한 상태라는 뜻이니까..“


사소한 것에서 흐뭇함을 느끼면
그게 행복한 거야..


행복은 그런 것이라 한다. 그리고 기쁨도 그런 것일 테다. 대단하고 엄청난 무엇인가가 행복을 만들어준다 보장할 수 없다. 우리를 매우 기쁘게 만들어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그런 모임 자리들이 우리에게 행복과 재미를 준다.


특히, 가족에게는 차마 하지 못하는 회사 얘기라는 것이 또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회사에서 잘 안되고 있는데, 또는 혼났는데 그런 것들을 가족에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과의 대화 자리는 마음이 좋아진다. 소소하지만 재미와 행복이 있다.


나의 절친한 친구는 그의 회사 사람들과 주말에 등산도 간다.

“아니 회사 사람들이랑 주말까지 만나?“

“어, 재밌어.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야”

”와,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게 부럽네. 대단하다.“


회사는 이렇듯 재미를 줄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곳이다.



3. 회사의 무엇인가에 기여했다는 내적인 "보람"과 회사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혜택을 통한 외적인 "보람"


개인의 철학을, 가치관을 회사 업무에 투영해서 일할 수도 있다. 그런 철학을 반영할 수 있는 부서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긴 해야 하지만, 절대 불가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B라는 사람은 요즘 회사생활이 즐겁다. 본인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유튜버 같은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사내 유튜브 담당자가 되어서 즐거움이 커졌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뉴스를 전달하는 유튜브를 운영하게 되면서 보람이 생기게 된 것이다.


또 C라는 사람도 회사생활에 더 큰 의미가 생겼다. 항상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회사의 ESG 관련 담당자가 되어서 회사를 ESG 기업으로 변모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진 철학을 회사에서 실현시킬 수 있어서 매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회사가 ESG 기업으로 변모하면서 세상에, 지구에 변화를 조금이나마 가져올 수 있는 데에 기여한다는 것에 회사생활에 의미가 더 부여된 것이다.


다소 다른 얘기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어서 회사에서 맛난 것을 많이 먹게 되어서 기쁘다는 경우도 있다. 어떤 부서는 정말 일주일에 3번 이상을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핑계로 비싸고 맛난 것을 먹곤 하는데 그런 부서에 있다면 그래도 즐거움 하나는 찾게 된 것이다. 물론, 식사의 동반자가 매우 중요해서 아무리 맛난 거 먹어도 자리가 불편하면 맛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거 눈치 안 보고 먹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회사 이름으로 사용 가능한 휴양소라던지, 계열사 할인혜택이라던지, 가족 의료비 지원 등의 다양한 복지제도에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사실 이것은 가족들에게 으쓱할 수 있는 것인데, '내가 회사를 통해 가족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구나'라는 소소한 보람이 생긴다.




우리는 회사를 왜 다니는 것일까.

회사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 글이 너무 길어져서, '4번째와 5번째' 기쁨과 의미 그리고 마무리 생각들은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표지 : '동료들과 즐거운 한 때를 표현한 사진을 그려줘'에 반응한 AI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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