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치킨 냄새가 난다면?'이라는 글쓰기 주제를 받았을 때 '치킨은 사랑이다.'라는 광고 문구가 번쩍 떠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치킨 냄새는 '사랑과 행복을 나르는 향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킨은 언제 먹어도 행복한 우리 집 단골 음식이다. 치킨을 먹자는 의견에 모두가 기분이 업되므로 가족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치킨을 먹을 때 우리 가족은 마음이 넉넉해져서 '치킨은 사랑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게 된다.
'우리 오늘 저녁에 치킨을 먹을까?'라고 말을 하면 우리 가족은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샐룩하게 올라간다. 딸에게 "양념치킨이과 프라이드치킨 중 어떤 것을 주문할까?"라고 물으면 딸은 "당연히 양념이지!"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잠시 후 엄마는 프라이드를 좋아하니까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시키자며 메뉴를 바꾼다. 아들도 치킨을 무척 좋아해서 한 마리를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고, 남편은 순살치킨이 아니면 절대 안 먹는다며 고집을 부리지만 우리는 사이좋게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 치킨은 사랑이므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음식을 배달시키지 않고 찾아와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한다.
좋아하는 걸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즐거움은 두배로 커진다.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거나 책을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눈다고 상상만이라도 해보자.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진실해지고 상호 간에 믿음이 생겨서 모두 다정한 사람으로 변신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들 음식, 취미 등 공통점이 있으면 마음이 먼저 반갑다. 서로 경계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친밀감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매일 10분 글쓰기를 함께 하는 모임에 갔는데 서로 처음 보는 자리인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훈훈한 분위기였다. 글쓰기를 하게 된 동기나 글쓰기의 어려움 같은 공통의 고민을 소탈하게 주고받으며 정말 유익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대전, 제주, 경기, 서울 등 거주지도 다양하고 연령대도 달랐지만 글쓰기라는 공통점이 강력한 결속력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사랑인 거 같다. 누군가는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지만 전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분명하게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짐작이 간다. 보고 싶은 것이 일치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거다.
치킨을 함께 먹는 게 사랑이고 이런 사랑이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게 결론이 아니다. 치킨이 사랑이라면, '사랑이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걸까?'에 관하여 더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좋아하는 걸 누군가와 공유하게 사랑인 거 같다. 사랑이란, 고매하기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거'처럼 단순한 일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취미, 영화, 책, 음악, 여행지를 오래오래 함께 하고픈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사랑이 꼭 고차원이고 숭고해야 행복한 건 아니니까.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즐기는 취미가 무엇인지 묻고 그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아야겠다. 그러면 서로의 공통점이 캄캄한 밤에도 반짝이는 북극성처럼 나타나지 않을까? 치킨이 북극성으로 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은 더 두껍고 단단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