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by 나플라

현관 방에 딸린 자그만 창고가 있다. 원래 베란다를 터서 방을 확장하고 귀퉁이에 남은 자투리 공간에 출입문을 달아 창고로 사용한다. 창고는 작은 공간이지만 고장 난 공기 청정기, 오래된 비디오 플레이어, 야영에 썼던 장비들, 낡은 기타, 여행용 큰 가방들, 집들이 선물로 받은 두루마리 화장지 묶음 등이 겹겹이 많이도 들어가 있다. 언제 쓰임새가 생길지 알 수 없는 물건들인데 버리기에는 조금 아까운 것 대부분이다.


안 쓸 것을 버리고 창고를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마음뿐이고 1년째 미뤘다. 다양한 물건들이 문을 막고 있어서 화장지 하나를 꺼내더라도 애를 먹었다. 화장지를 꺼낼 때뿐만 아니라 여행 가방을 꺼낼 때, 접이식 의자를 꺼낼 때도 문이 잘 열리지 않아서 불편했다.


어느 날 화장지를 꺼내려고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한껏 짜증이 올라왔고 번뜩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하자! 남들은 힘들게 운동도 하는데 창고를 치우면서 운동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 그까짓 창고 정리 즐기자!


낡은 기타와 비디오 플레이처럼 오래된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여행용 큰 가방들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정리했다. 이렇게 버리고 정리하자 출입문이 잘 열릴 만큼 공간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바닥을 물걸레로 닦고 창고 정리를 끝냈는데 이상하게도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린 것 같았다. 기대 이상으로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 10년 체증이 내려갔다는 말을 실감하였다. ‘역시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라는 말이 맞았다.


이제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에 접어들었다. 친구들은 120세 시대에 살게 된 것이 행운인지 재앙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한 친구는 건강만 허락하면 기술이 더 발전한 세상에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한다. 반면에 에이아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면 어떡하냐며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크게 변화하는 세상을 감지한 친구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고 카페에 여행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밴드에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 재미있다며 은근히 자랑한다.


한 번은 거주지인 하남에는 00 은행지점이 없어서 서울까지 다녀와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일을 계기로 스마트 뱅킹에 가입했고 은행 업무는 스마트뱅킹을 배웠더니 은행에 가지 않고도 계좌이체와 예금 적금 가입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에 관해 배우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시도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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