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푸시킨의 이 시는 어릴 적 시내의 한 약국에서 처음 본 것 같다. 시를 읽는 순간 이 시는 반짝이는 기쁨 한 조각을 움켜쥐고서 내 마음속으로 풍덩 다이빙해서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흥겨운 노랫가락처럼 리듬을 타며 언젠가 ↗ 기쁨의 날 ↗오리니~ ♬하고 몇 번 읽었는데 금방 외워졌다. 그 후로 엄마가 불경을 중얼중얼하며 기도하듯이 나는 이 시를 혼자 웅얼웅얼거리다 잠이 들기도 했다.
빚쟁이가 꼬박꼬박 빚 받으러 오듯이 돌아오는 시험 기간을 앞두고 불안해서 떨리고 긴장될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 때, 하고 싶은 일이 마음같이 되지 않아 좌절하고 속상해서 어디론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을 때, 슬픔의 날 ↘ 견디면 ↗ 언젠가 기쁨의 날 ↗ 오리니 ↗ 모든 것은 순간으로 지나가고 ↗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한 것이 되리니↗ 이렇게 이 시를 외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평온해졌다.
온 나라 경제가 위태로웠던 아이엠에프 시절이었다. 투자받아서 야심 차게 시작한 남편의 사업이 미처 결실을 보지 못하고 끝났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우리 전 재산인 전세금을 압류했다. 사업을 해본 경험도 전혀 없이 사업한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가족을 힘들게 한 남편을 원망하며 울다가 다투기를 매일 했다. 하지만 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남편은 사업에 실패한 것보다 사람들에게 크게 상처받고 실의에 빠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이사하기로 하고 전세금이 싼 집을 계약했다. 이사하는 날에는 온 가족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암담했다. 걱정과 원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내야 했고 쇠붙이처럼 더 강해져야 했다. 어느 날은 땅에 핀 제비꽃 하나를 발견하고 ‘너도 나처럼 힘들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며 스스로 위로하고, 작은 꽃도 비바람을 견뎌내듯이 나도 이겨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래도 내가 직업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불평불만이 가득했고 출근하는 것이 너무 싫었는데 이 일이 없으면 우리 가족이 길거리에 나 앉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암울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이 생길 때마다 모든 것은 순간으로 지나가고 ↗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한 것이 되리니↗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이 말이 효력이 있었는지 우리 가족은 서서히 낭떠러지 아래에서 올라와 평지를 걷는 날이 왔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아이엠에프도 끝났다.
삼 년째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다시 나라의 경제가 매우 위태롭다고 하고 더 심해질 거라고 야단법석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엠에프 때도 정말 힘들었어’하고 그때가 생각나 더 걱정스럽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안고 별이 빛나는 밤에 동네를 한 바퀴 걸었다. 깜깜한 밤일수록 더 반짝이는 별을 보고 향긋한 가을 나무 냄새를 맡으며 푸시킨의 시를 조용히 외워본다.
그 어떤 힘든 날도 반드시 지나간다. 힘든 일들도 하늘의 구름처럼 흘러가고 구름이 사라진 후에는 다시 맑고 햇볕이 쨍한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