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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일 Oct 16. 2024

치매와 음식 투정

"밥이 있나?"

"밥을 해야 식구들이  먹지!"


음식에 대해 유난히 까다로웠던 장모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음식점에 가서 간이 맞지 않으면 호통을 쳤으며

간장 하나에 이르기까지 

직접 만들어서 드셔야 직성이 풀리셨던

아주 까다로우셨던 장모님


비록 반찬 만드시는 법은 다 잊어버렸지만

끼니를 거르지 않아야 된다는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신다.


또한 

맘에 들지 않는 반찬은 

젓가락이 가질 않는다.

아무리 배가 고프셔도 안 드신다.


밥상 위에 다섯 가지 반찬 중 한 가지만 맘에 드시면 

그것만 가지고 밥을 드신다.

해준 사람의 성의?

애초부터 그딴 건 없다.


이건 

치매가 걸리기 전이나 후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 이런 건 안 잊어버리시는 건지..


밥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면

그건 

밥을 먹고 싶다는 얘기이다.

차려드릴 때까지 계속해서 말씀하신다.


음식을 다 차려 드려도...


덜 익은 소고기는 절대 드시질 않는다.

바싹 구워야 하기에 결국 돼지고기를 주로 드린다.

물에 만 밥은 드시질 않는다.

싱거운 음식은 절대 드시질 않는다

조금이라도 음식이 짜면 안 드신다.

밥에 국을 말으면 드시질 않는다.


생각해서 정성껏 차려 드리는 음식?

그딴 거 없다

맘에 안 들으면 

안 드신다.


그러니

음식을 드시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가급적이면 보호시설인 요양원에

최대한 늦게 보내드리려는 이유도 

바로 음식 때문이다.

음식 스트레스가 상당하신데

주는 대로 드셔야 하는 환경에

과연 얼마나 버티실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차라리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셔서

아무런 생각도 없어

주는 대로 드시고

반찬을 가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보내드릴 수 있을듯하다.

아직은 

어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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