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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일 Oct 15. 2024

변비와 치매

잘 드시는 건 반갑지만 변비는 반갑지가 않다

똥이 안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신 장모님

한참이 지나도 나오시질 않는다.


비록 몸이 불편하시긴 해도

아직까지 화장실에 혼자 들어가신다.


뒤처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급적이면 도와드리지 않으려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기억들이 사라져 가기 때문에

그 기억을 지켜 드리려 애쓴다.


변기에 오래 앉아 계시다는 뜻은

변비가 있다는 얘기

이때부터 식은땀이 흐른다.

비상상황이다.


음식의 맛도 아시고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을 구분하실 줄 알기에

입맛에만 맞으면 많이 드신다.

잘 드시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화장실에 가시질 않을 때가 문제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거의 일주일이 다되어서야 화장실을 가실 때

이는 변비가 틀림이 없다.


화장실 문을 살짝 여는데

코끝이 찡하니 냄새가 진동을 한다.

변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르질(?) 못하시고 계신다.


이미 상당량의 변을 내보낸 상태라 변기가 한가득

막히기 시작한다.

물을 내려도 뚫리지를 않는다.

언뜻 봐도 비상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장모님의 식사량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함께 지내는 동안에는 

마음껏 드시도록 하자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니 

가끔 변기가 막히는 것은 감수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러기에는 오늘도 상태가 심각하다.


일단 장모님을 내 보내고

작업(?)을 시작한다.

무려 30여분 동안 싸움은 계속되고

온갖 재래식 수단을 동원한 후에야 막힌 것이 뚫렸다.

딸을 비롯 온 가족은 도망(?)을 가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사위인 내가 마무리를 한다.


난 뭔 죄지? ㅎㅎ


깨달은 교훈 한 가지는

장모님이 화장실을 가실 때는 

종류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파악을 한다.

그리곤 미리 대비를 한다.


응가하는 거야?


라고 반드시 물어본다.


그래야 

나의 일이 줄어든다.  


강아지 응가도 불평 없이 치우는 마당에

부모(장모)님의 응가를 불평해서는 안될 듯..


그 모습이 

언젠가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도 삶의 일부가 아닌가?

자식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지켜보는 딸이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잘해주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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