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핸드폰 사랑은 변함이 없다
내 전화기 누가 가갔다
내 전화기 찾아도
장모님의 핸드폰 사랑은 대단하다.
중증치매가 걸린 상황에서도
전화기에 대한 기억만은 뚜렷하다.
한 달에 한번 병원을 외출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설 때면
호주머니에 전화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반드시 체크한다.
비록
전화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 잊으셨지만
전화기를 몸에 소지하여야 만
마음의 안정을 찾으신다.
왜 그럴까?
왜 지금 기억이 다 사라져 가고 있는 마당에
핸드폰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그것은...
전화기가 자식(아들)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몸이 아파서 거동을 하지 못하여도
아들자식의 전화 한 통은 만병통치약이다.
없던 기운이 다시 회복되고
삶의 희망을 솟구치게 만드는 능력
그것은 바로
장모님의 핸드폰을 통해 울려 퍼지는 아들의 목소리
그거 하나면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기에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았던 장모님.
그러나
지금은 그 벨이 울리질 않는다.
오히려
지금 더 많은 전화벨이 울려야 하지만
전화기는 잠잠하다.
나는 그저 묵묵히 충전만 해 놓을 따름이다.
이유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전화벨이 울리기 때문이다.
바로 그토록 아끼던 막내아들의 전화이다.
전화를 받고 기뻐하시는 장모님의 모습
그저 전화를 걸기만 해도 저리 좋아하시는데
막상 전화를 받으면 하는 첫마디가
"바쁘나?"
"바쁘면 끊어라"이다.
그 소리에 아들은 바쁘다면서 전화를 끊는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통화를 하면서....
안부의 전화라고 생각은 하지만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못난 사위라서 그럴까?
모셔가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오늘도 장모님은 전화기를 찾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전화기 지금 충전 중입니다
충전 다 되면 드릴게요
하면
이걸 알아들으시고 발길을 돌리신다.
오늘도 나는 장모님을 완벽하게 속였다.
그래도 아직 살아계신데...
한 번이라도 살아계실 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돌아가신 후 기일을 챙기며 우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위만의 아쉬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