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순일 Oct 12. 2024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편하다

때로는 거짓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주무시는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옷을 입고 계신다.


체중이 빠져서일까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타신다.

한 여름에도 춥다고 창문을 닫으라고 하신다.

외출을 하기 위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몇 벌을 입어야 하는 건 잊어버리셨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3벌에서 4벌 정도를 껴 입으신다.


어디 가시려고요?

왜 옷을 입고 계세요?


 라고 물으면 


집에 가야지! 

애들 저녁 밥 해 먹여야 한다!


라고 말씀을 하신다.

지금의 집에서 10년을 넘게 살으셨는데도

장모님의 기억 속에서는 

이 집은 당신의 집이 아니다.

그저 잠깐 방문하였다가 다시 떠나야 하는 집

때로는 언니집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생집이 되기도 한다.

사위집은? 절대 아니다


그럼 대화를 하고 있는 나는?

오빠다 


그 어떤 말로도 설득이 되질 않는다.

아이들을 굶기지 않아야 된다는 그 일념 하나로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진다.

나보고 집까지 차를 좀 태워다 달라고 한다.


이럴 때의 해결책은 한 가지뿐이다.

"딸이 데리러 온다고 하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라고 한다.

자식이 데리러 온다는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데리러 온다고?


네! 

그러니 잠깐 앉아서 기다리세요?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잠깐을 앉아서 기다리신다.

그리고 잠시 후 

기억을 잊어버리신다.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해야 하지만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장모님에게 

도움과 위안이 되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은 또 장모님에게 무슨 거짓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