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거짓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주무시는 줄 알고 문을 열었더니
옷을 입고 계신다.
체중이 빠져서일까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타신다.
한 여름에도 춥다고 창문을 닫으라고 하신다.
외출을 하기 위해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몇 벌을 입어야 하는 건 잊어버리셨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3벌에서 4벌 정도를 껴 입으신다.
어디 가시려고요?
왜 옷을 입고 계세요?
라고 물으면
집에 가야지!
애들 저녁 밥 해 먹여야 한다!
라고 말씀을 하신다.
지금의 집에서 10년을 넘게 살으셨는데도
장모님의 기억 속에서는
이 집은 당신의 집이 아니다.
그저 잠깐 방문하였다가 다시 떠나야 하는 집
때로는 언니집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생집이 되기도 한다.
사위집은? 절대 아니다
그럼 대화를 하고 있는 나는?
오빠다
그 어떤 말로도 설득이 되질 않는다.
아이들을 굶기지 않아야 된다는 그 일념 하나로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진다.
나보고 집까지 차를 좀 태워다 달라고 한다.
이럴 때의 해결책은 한 가지뿐이다.
"딸이 데리러 온다고 하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라고 한다.
자식이 데리러 온다는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돈다.
데리러 온다고?
네!
그러니 잠깐 앉아서 기다리세요?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잠깐을 앉아서 기다리신다.
그리고 잠시 후
기억을 잊어버리신다.
진실이 아닌 거짓말을 해야 하지만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장모님에게
도움과 위안이 되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은 또 장모님에게 무슨 거짓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