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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일 Oct 11. 2024

나는 날마다 영화배우가 된다

장모를 상대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시니 주변을 두리번두리번거리며

호주머니를 뒤적이신다.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오늘도 변함없이 똑같은 패턴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모습이신데,


바로 

애착을 가지는 없어진 물건을 찾는 일이다.

물건은 세 가지가 있는데


시계와 지갑 

그리고 

반지가 그것이다.


내 시계 어디 갔노? 

내 지갑이 안 보인다.

내 반지 못 봤나? ㅜㅜ


한번 찾기 시작하면 

30분 정도를 계속해서 반복한다.


이럴 때마다

사태를 빨리 해결하는 방법은

공감을 해주어야 한다.


지갑이 어디 갔을까?

큰일 났네... ㅜㅜ


제가 찾아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라고 

안심을 시키면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아 기다리신다.


그렇게 잠시 후 시간이 흐르면

이 모든 사실을 잊어버리신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은 


사태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적을 해서는 안 된다.

치매 환자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공감을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잠순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태가 해결되는 것이다.


치매환자를 이해하고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 시대로 

그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상대는 장모가 아니다.

상대는 윗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오빠로

때로는 무서운 사람으로 

계속해서 역할을 바꾸며 

원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장모를 상대로 배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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