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빼앗으면 안 된다
장모님은 맨발로 돌아다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살갗이 드러나는 것도 좋아하시지 않는다.
정결함 그 자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결하고도 깔끔함을 추구하시던 모습이
이전의 모습이었는데
그 습관이
치매를 앓고 계시는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양말을 신고 거실로 나오시는데
많이 보던 양말이다.
바로 내가 즐겨 신던 양말이다
신어야 한다는 건 기억하시지만
누구 것인지는 잃어버리셨다.
눈에 보이면?
그것이 내 것이다라는 생각이 굳어진 지 오래...
이 습관은
모든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느 날은 손녀들 옷을 입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딸 옷을 입는다.
심지어 맘에 드는 옷은
따로 챙겨서 깊숙한 곳에 숨겨 놓는다.
피에로에 가까운 복장으로 거실에 나오시면
난데없이 패션쇼가 펼쳐지고
온 가족은 한번 웃을 일이 생기지만
정작 장모님은 심각하다.
웃픈 현실이다.
각자의 옷을 찾아가기 바쁘지만
끝까지 자기의 옷이라 주장을 하는데,
뺏으면 절대 안 된다.
결국 주무실 때까지 기다린다.
일주일에 한 번쯤
숨겨 놓으신 옷을 찾아서 각자 정리들을 한다.
너무나도 꼼꼼하게 정리 정돈해 놓은 옷들을 보면서
완벽하리만치 깔끔하셨던
장모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현실
왜 하필이면 장모님일까? 하는 생각은 도움이 안 된다.
누군가는 걸리는데
그 대상이 가족일 뿐이다.
그저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다.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치매는 아닐지라도
더한 모습이 우리의 삶 속에서 펼쳐진다.
치매는 삶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