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순일 Oct 21. 2024

기저귀와 자존심

기저귀는 장모님의 자존심이다

주무시는가 싶더니 

손에 무언가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신다.


잠시 후 

물을 트는 소리가 들리고

세면대에서 무언가를 빨래하고 계신다.


문을 열어보니

기저귀를 빨고 계신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기저귀인데

소변 실수를 많이 하신 모양이다.

10번에 8번 정도는 인지를 하지 못하시는데

오늘은 그렇지 아니한 모양이다.


젖은 기저귀를 바라보시니 자존심이 상할 만도 하다.

내가 왜 실수를 했을까? ㅜㅜ 하는 

아쉬운 마음의 표정이 얼굴에 느껴진다.


이때는 

아무도 모르게 빨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곤 

건조대에 널어 말리신다.

오늘은 양이 많아서인지 

속 내의도 젖으셔서 함께 빨고 계셨다.  


이럴 땐 

화를 내면 안 된다.

일단 

부끄러움을 느끼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빨래하시네요? 하고 말을 건넨 후

저도 빨래할 게 있으니 같이 할게요 하고 말을 하며

자연스레 고만하시도록 한다.


기저귀는 이미 너덜너덜 

흡수대는 다 사라지고 겉조각만 남아있다.


기저귀가 속 내의라는 것은 아시지만

기저귀가 일회용인 것은 모르신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인간은 존엄한 존재라는 것


장모님은 

한 분의 인격체라는 것이다.


살아계시는 한 

움직이시는 한

우리와 함께 계신 한

장모님은 

무덤에 계셔 다시는 볼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지금 옆에 살아계신다.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다.


장모님을 기억하는 모든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