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에게 정상은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다
"덮다! 옷을 벗어야겠다!"라고
말씀하신다.
항상 춥다고 문을 닫으라 하고
옷을 하나라도 더 껴입으려 하시는 분인데
이런 멘트를 한다면?
오늘이 그날이다.
잠시 정상으로 돌아오시는 날.
온 가족이 함께 축하라도 해야 할까?
아니다.
정상으로 돌아온 장모님은
괴로워하신다.
투정이 넘친다
짜증을 내신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느냐고 한탄을 하신다.
그리곤
빨리 죽어야 할 텐데
이리도 오래 살아서
흉한 모습을 보인다고 하신다.
삶이 지속되는데 따른
회의와 불만이 고스란히 터져 나온다.
바로
확실히 정상으로 돌아오시긴 하였는데
그리 반갑지가 않은 순간이다.
그렇다.
장모님에겐 이제
정상보다는 치매로 인해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사는 것이
지켜보는 사람이나
본인에게도 더 유익인지도 모른다.
냄새가 나는 몸
아무렇게나 입은 옷매무새
거울을 바라보면
항상 정갈하게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차려입었던
깔끔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그렇게도 손가락질하고
비아냥거렸던 노인의 모습이
바로 지금 자신의 모습이란 걸
지켜보는 것은
괴로움 고통
그 자체인 것이다.
오늘은 시간이 유난히도 더디게 간다.
인내를 가지고 잠시 기다리다 보면
갑자기 조용해지고
"오빠! 여기가 어디예요?" 하고 물어본다.
다시
현실 아닌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딸 집이지 어디긴 어디고" 하면서
맞장구를 뜨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듯이
뒤돌아서 터벅터벅 방으로 걸어 들어간다.
정상 아닌 정상의 모습..
이젠 이 낯선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 되었다.
장모님의 이전 정상인의 모습은
현실을 떠나
우리의 머릿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픈 생각이
이기적인 욕심이라 생각할까?
그렇다 할지라도
그 순간이 지속되길 원하는 것은
그리하여야
살아 움직이는 장모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며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 변명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