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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일 Oct 23. 2024

자! 이제는 자야 할 시간

재울 때마다 장모님은 어린아이가 된다

하지만

장모가 잠자리에 들어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절차도 복잡고 

치러야 할 의식(?)도 빠트리면 안 된다.


어린아이가 

양치질하고 못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누우면 되는 것이 

잠자리에 들어가는 절차이지만


치매환자인 장모에게는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치러야 할 

복잡하고도 세밀한 의식(?)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진행되는 절차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하거나 생략을 한다면

장모님은 잠을 자려하질 않는다.


고로

잠자리에 무사히 들게 하기 위하여는

모든 사항에 대하여 다 오케이가 되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이 되어야 만 

잠자리에 드시게 된다. 


먼저 

저녁식사를 해야 한다.

차려 드리질 않으면 

"밥은 안 먹나? 하고 물어보신다

반드시 식사를 하셔야 한다.


식사를 다 하시면 

양치질을 하게 해 드린다.

양치질하시는 습관은 잊어버리질 않으신다.

심지어 10분 이상을 양치질에 할애하신다.

그 정신이 없으심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하려 하신다.


그다음은 

방마다 다 둘러보면서

"아이들은 다 들어왔나?" 하면서 확인을 한다.


이 사항이 오케이가 되어야 한다.

자녀들이 보이질 않으면 주무시질 않는다.

인 보이는 자녀들에 대해 적절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고

수긍이 되어야 한다.


다음은 지갑..

"내 지갑이 호주머니에 있었는데" 하면서 지갑을 찾으신다.

물론 지갑은 당연히 없다.

지갑이 없는 이유를 수긍시켜야 한다.

지갑을 제가 찾아볼게요 하면서 찾는 시늉을 하여야 해결이 된다.  


그리고...

"어느 방에서 자야 하나?" 하고 물어보신다.

네 저를 따라오세요 하고 손을 잡고 

방으로 안내해 드리고 잠자리에 뉘어 드린다.


이렇게 해야

잠자리에 드시는 마지막 절차가 끝나게 된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자!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야라고 

오빠의 멘트를 날려준다.


매일 밤 이 절차는 반복해서 진행이 된다.

치매 환자의 하루는 이렇게 마감이 된다.


나의 하루도 

장모님의 평온한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또한 

이렇게 마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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