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은 보이는 대로 다 드셔 버린다
식욕이 왕성하신 장모님
간식으로 고구마 5개를 테이블 위에 준비해 놓았는데
맛이 있으셨는지 한 개를 남기고 다 드셨다.
정확히 말하면
한 개를 드시도록 하고
나머지는 안 보이는 곳에 치워 놓았는데
그걸 찾아서 다 드셔 버렸다.
혼자서 드시기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왜 이렇게 많이 드셨냐고 물어봐도
"난 하나도 안 먹었다!"
라며
극구 부인하신다.
뭐 맛있게 드셨으면 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맛이 있고 눈에 보이면 다 드셔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치매는 욕구를 해소하시는 것은 왕성하지만
절제하는 것은 힘들다.
오히려 절제를 시키면
성격이 난폭해지시거나
욕구가 해소될 때까지 불안해하신다.
치매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히 욕구를 해소시켜 드려야 한다.
배가 고프면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드려야 하고
배변의 욕구를 느끼면
바로 배변을 보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한다.
배변 중에서도 소변은 더욱 그러하다.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맞다..
치매환자는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해야 한다.
다 큰 성인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줄 아는 어르신으로 대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하기에
많은 가정들이
집에서 모시며 사는 것을 힘들어하고 실패를 한다.
식욕을 절제시키는 방법은 음식이 보이질 않아야 한다.
드실 만큼만 차려 놓는다.
그렇지 않으면 다 드시고
남으면 강아지와 나눠 드신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맛이 있으면 또 먹어야 한다.
이것은 치매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치매환자를 이해할 수 있고
소통이 가능해진다.
많이 드시는 장모님의 문제가 아닌
적절히 절제를 시켜 드리지 못한 나의 문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