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에 한 번
그러니까
180일째가 되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정기검진 및 약 처방을 받기 위해서다
장모님에게 허락된 공식적인 외출이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방향 감각도 없고
목적의식도 없이 움직이지만
어딘가를 가고 있다는 생각에
좌불안석 불편해하시며 눈을 부릅뜨고
내릴 때까지 긴장을 하고 있다.
잠은 절대 취하질 않으신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못내 불편하긴 하지만
가족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외부인인
의사를 만나는 시간이
장모님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리 유익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느낌은
귀가하고 나면
하루 종일 내내
평상시와는 다른 돌발 행동을 보여주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된다.
그래도
나들이를 하는 것이기에
몸을 씻기고
몸단장을 하고
깨끗한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워 드리면
마치 세상 구경을 처음 하는 어린아이 마냥
눈이 휘둥그레지며 바깥세상을 응시하신다.
약 17분간의 길지 않은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병원에 도착을 하고
신경정신과에 접수를 한다.
잠시 대기를 하며 기다리다 보면
호출 방송이 나오고 진료실로 들어선다.
"아니 아직도 요양원에 안 보내셨어요?"
오랜만에 만난 의사의 첫마디는 나를 무안하게 한다.
"너무 고생들 하시는데 이젠 요양원으로 보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양원에서 아직 연락이 오질 않았나요?"
의사는 나를 비롯 가족들이
장모님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는 것이 안쓰러워 그런다고 한다.
이 의사와 인연을 맺은 지 5년쯤 되었을까?
의사의 경험상 얼마나 보호자가 고생을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이제 그만 보내고 편하게 지내라고 조언을 한다.
의사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 건
참으로 고마운 배려다.
"저희도 이제 연락이 오면 보내드리려고요" 하고 말한 후
병원 문을 나서기는 하지만
지금도 잠에서 깨어나면
가족을 제일 먼저 찾으시는 장모님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의 마음이 불편하여
쉽게 보내드리는 결정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장모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거나
뭔가 큰일을 하셨기에
이렇게 사위 밑에서 큰 호강을 하고 계신다는
의사의 위로 아닌 위로성 멘트에
그럭저럭 다시 힘을 내어 본다.
3개월 후에
다시 장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올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