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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참는것이 아니라 냄새가 자연스러워야 한다

사위가 쓰는 장모님의 치매일기

by 이순일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의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보게 되고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 정초라고는 하지만

변함없는 모습

답답한 움직임은

새로운 시작이라기 보다는

어제의 연장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치매를 앓기 시작한 장모님의 모습은

그렇게 애써

희망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더듬어 기억해 볼 정도의

남아있는 과거의 희미한 기억으로 돌아가있는

장모님의 모습은

희망보다는 절망으로 바라보게 된다.

곤히 자고있는 모습에서

평안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젖을 달라고 투정부리는

갓난아이의 새근새근 자는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게

나는 어느새엔가

장모님의 깨어있는 모습보다

자는 모습을 더 기대하게 된다.

이제 장모님에게서 나는 일상적인 냄새가

점점 자연스러워 지는듯 하다.

딸 조차도 견딜 수 없는 장모님의 자극적인 소변 냄새가

내게는 그리 예민하게 다가오질 않는다.

마비가 된 것일까?

아님 익숙한 냄새가 된 것일까?

이젠 점점 적응이 된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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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틀어막고

장모님의 실수를 치우던 것이 엊그제 같고

두번다시 못할 것 같던 배변의 실수를 치우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워 졌다면

그건 나의 교만일까?

책임감으로 시작했다가

그것이 동정으로 변하였고

결국 측은함과 사랑으로 바뀌었지만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자꾸만 내 스스로에게 되뇌어 본다.

장모님을 내가 돌보는 것이 아니다.

장모님이 나와 함께 살고있는 것이다 라고

단지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사실을

이것도 또한 나에게 주어지는

삶의 일부분 일거라는 보편적인 사실

어찌되었든 다행히도

냄새가 익숙해지고 있으니

한결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새벽 기저귀를 점검하는데

오늘도 저 멀리서 동이 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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