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과 달리
일찍 잠을 깨신 장모님
식사하시겠어요?라고 물어보지만
항상 돌아오는 답변은
"지금 먹고 싶지 않아 천천히 먹지 뭐..."라고
대답을 하신다.
이 말이 진심일까?
당신의 평생을 돌이켜 볼 때
단 한 번도 식사를 먼저 챙겨 드신 적이 없다.
남편 먼저 차려 드리고
그다음엔 자식들의 식사를 챙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조용히 음식을 치우면서 당신의 식사를 챙겨 드신다.
그녀의 마음속에
식사의 정의는
내 주변의 모든 식구들이 다 먹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숟가락을 드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평생 생각해 왔고 또 이를 실천해 오셨다.
치매가 걸려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것을 잊지 않고 계신다.
천천히 먹지 뭐
아직 생각이 없다는 것은
자식과 남편의 식사를 먼저 챙기고
그들이 먹는 것을 확인한 후에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남편은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자식은 단 한 명도 곁에서 지내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남편도 살아있고
자식도 함께 지내고 있다.
단지
눈에 안 보일 뿐이다.
참으로 서글프다.
아직은 살아계신데 남편은 그렇다 할지라도
자식들은 당장에 와서 자기 엄마를 보면 안 될까?
돌아가시면 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아직도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시는 장모님에게
아이들은 먼저 먹었으니
이제 당신만 드시면 된다고 말씀을 드리며
식사를 챙겨 드린다.
그리곤 또 한마디
"오빠는 드셨어요?
안 드셨으면 같이 먹어요!"라고 말씀하신다.
진심이 우러나는 식사에 대한 장모님의 잊히지 않는 추억
이걸 오래도록 지켜 드리고 싶다.
(젠장 또 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