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들 만이 가지는
소위 말해서 고정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예를 들면
없어진 물건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
항상 누군가 가져갔다고 생각을 한다든지
정해진 시간만 되면
집에 가고 싶다고 현관문 앞에 가는 행위
또는
계속해서 머리를 빗거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계속해서 옷을 껴입는 행위 등이 있다.
우리 장모의 경우에는
정해진 시간만 되면 밥을 지어야 한다고 계속해서 쌀을 찾는 행위와
집에 가야 한다며 현관문이 열릴 때까지 손잡이를 돌리는 패턴이 그것이다.
나름 옷을 잘 차려입으시고 머리를 다듬으신다.
어디 가시려고요? 하고 물으면
이제 가야지!
집에 가서 아들 밥을 해줘야지! 한다.
이 순간은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는다.
기어코 나가야 한다는 생각
그것 하나로 잠가놓은 현관문을 부서질 듯이 돌린다.
"이 문이 안 열린다. 문 좀 열어라!"
계속해서 외쳐 대신다
어느 날은 쉽사리 포기를 하지 않으셔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문을 열어 드렸다.
"내 가따오께?(다녀올게)" 라며
활기찬 모습으로 현관문을 나서신다.
그 신나해 하시는 모습이란...
"잘 다녀오세요!"라고 대답을 해 놓고
이내 나는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몰래 길을 따라나선다.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는 집
그 집이 언제 적 누구와 살던 집인지는 모르지만
장모님의 마음속에는
현관문만 나서면
조금만 가면
집이 나타나는 모양이다.
그래서
조용히 조용히
어디까지 가는지 따라가 보지만
이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을 망설이시며
주춤주춤 발걸음이 더뎌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신다.
길만 뚫려있다면 계속해서 걸어가신다.
2km 정도를 걸어가시더니
나타나지 않는 집이 이상하신지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 앞선다.
다리도 많이 아프시겠지...
그때쯤
조용히 장모님 앞에 나타난다.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라며 말을 걸면
반가움의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곤
잘 다독이며 딸의 집으로 가자며 다시 모셔온다.
비록 바깥세상의 궁금증은 해결이 되고
몰려오는 피로감만 남은 채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오늘 하루의 일과는 끝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뜰 것이다.
장모님은 또 밖으로 나가려 할 것이다.
치매를 겪고 있는 장모님에게든
나에게든
내일은 어제의 반복이 아니다.
다시금 시작되는 새로운 오늘 일뿐이다.
또다시 말씀하시겠지
"내 가따오게!"
네 잘 다녀오세요라고 말하며
잠시 행복해하는 장모님의 모습을 훔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