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도 고민을 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남들은 소위 하기 쉬운 말로
중증 치매가 걸린 장모님을 모시고 산다고
대단한 일을 한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지만
솔직이
박애정신과 인류애가 결합된 숭고한 사랑? 희생?
그건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러니까
아주 정상적으로 노후를 맞이할 수도 있었던 장모님에게
10명 중에 한 명 정도가 걸리는
지독한 치매가 걸렸을 뿐이다.
왜 하필 당신입니까?
그리고 왜 하필 우리 집을 선택하셨습니까?라는
자조적인 말을 아무리 내뱉는다 하여도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벽이 되면 기저귀를 갈아드려야 하고
그저 아무 일 없이 주무시기만 하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에
안도감의 한숨을 쉬고
눈을 뜨면 또다시 기저귀를 갈고
식사를 차려 드린다.
식사를 다 드시고 나면
집에 가야 한다고 한바탕 씨름을 하게 되고
지칠 무렵 다시 저녁식사를 차려드린다.
가장 보람찬 하루는
식사 후 처방이 된 신경안정제가 든 약을 드시고
조용히 자리에 들어가서 주무시는 것
그것이 어르신에게 있어 최선의 하루를 의미한다.
자고 먹고 실수하시고
다시 또 잠자리에 들게 되시는 것
그냥....
요양원에 보내드려야 할까?
아니야
아직은 살아계신데
좀 더 모셔야지
아프셔도 눈앞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가 있잖아
그런데 오늘은 너무 힘드네?
누구나 자연스럽게 요양원을 보내드리는데
지금 우리도 그리한다 해서
누가 손가락질 할 것은 아니잖아??라는...
고민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선택을 하지 않고
고민을 하지 않고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 삶이란 것을 생각하면
당장의 고민이 없어진다 하여도
결국
그 이상 가는 다른 고민이 또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아보면서 체험해 본 진리이다.
최대한 함께 호흡하며 같이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해 보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다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이것 또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