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올여름 더위는
다들 알다시피 유난히도 더웠다.
살인적인 불볕더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제는
폭염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가 않은
그저 일상이 되어 버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만
더위는...
솔직히 힘들다.
힘든 것도 힘든 것인데,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
장모님을 모시고 있으니
더욱 힘이 든다.
어느 때부터인가
장모님은 더위를 타지 않으신다.
다시 말하면
에어컨과 선풍기가 필요가 없다.
바꿔 말하면
추위를 견디시질 못하신다.
한창 전성기 시절
내가 아는 장모님은
참을성과는 거리가 멀다.
배려심도 없다.
추우면 추운 것이고
배가 고프면 고픈 것이다.
감정 표현에 인색함이 없고
말을 아끼지 않으시는 장모님
그 직설적인 화법에
적지 않게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다는 건 안 비밀.
뭐든지 간에
욕구는
바로 해소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다 보니
이게 치매를 앓고 계신 이즈음
고스란히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기분이 나빠서 밥 생각이 없다?
그런 거 없다.
단 한 번의 끼니도 거른 적이 없다.
화장실에 누군가가 있으니
참고 기다려라?
그런 거 없다.
당장 빨리 나오든지,
세탁실(?)에 가서라도
바로 용무를 해결하신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어쩌면
법 위에 존재하셨던 분이기에
법이 필요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분
주변의 모든 이들이
초점과 생활을
어쩔 수 없이
장모님에게 맞추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이 특성이
치매가 걸리신 이즈음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추위를 많이 타시는데
이걸 참지를 못하신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
에어컨을 가동하면
찬바람이 나온다고 자꾸만 끄라고 하신다.
오늘은 너무나도 더운 날이라 켜놔야 한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네가 추운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느냐고 면박을 주신다.
하는 수 없이
에어컨을 끄거나
선풍기를 끄거나
시원한 바람이 부는 창문을 닫아야 한다.
이 무더운 여름에 말이다.
장모님이 양보?
그건 원래 안되는 일이고
치매를 앓고 계신 지금은
더욱 더 그러하다.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느끼는 추위가
지금의 정확한 날씨라고 생각하는 장모님
결국
이 더위에 전혀 맞지 않게
옷을 세벌 네 벌 껴입으신다.
살도 없으시고
앙상하게 뼈만 남으신 모습에서
추위를 느끼실 만도 하겠다는 공감도 느끼지만
대부분은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환기라도 하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어 놓으면
어느샌가 다 돌아다니시며
창문을 꼭꼭 닫아버리신다.
그래서
조심조심 눈치를 보며
에어컨을 틀고
선풍기를 돌리고
창문을 열어 놓는다.
"춥다! 선풍기 좀 꺼라!!"
외치는
장모님의 음성을
더 이상 안 듣기 위해서라도
에어컨을 안 틀어도 되는
이 무더운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