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 일기
식사를 차려 드렸는데
국그릇을 쏟았다.
미역 줄거리가 사방으로 튀어 나가고
그릇은 바닥에 떨어져 날카로운 소리가 난다.
국물은 줄줄줄
식탁 및으로 흘러 내린다.
옷은 다 젖어서
미역국 냄새가 풀풀 난다.
부랴부랴 바닥을 청소하고
옷을 갈아입히는데...
그냥 화가 난다...
모든걸 다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화가 난다.
그런 후
잠시 볼일이 있어
외출 후 귀가를 하였는데
화장실 세면대에서
양말을 빨고 계신다.
무슨 상황이냐고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주무시지도 않았는데
대변 실수를 하셨단다
옷에도 묻었고
양말에도 묻었는데
그게 부끄러우셨는지
빨고 계신 거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 보는데
정말 화가 난다.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인데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일인데도
오늘은
그냥 화가 난다.
사위란 존재
부모에 대한
자식의 당연한 도리라 여기며
가끔은 허벅지를 꼬집으며
장모님을 궁휼의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나도
사람인가 보다.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그렇게 똑똑하고
영특하셨던 장모님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셨는가아
하는것과
앞으로 남은 삶이
이런 일로 계속
반복되면서
살으셔야 한다는 사실에
그냥 화가 나는 오늘이다.
결국
바라보면
다시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은
억지로 화를 풀고싶지는 않다.
화가 풀리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
집사람에게 하소연을 해 보지만
그럴 때 마다
"그냥 우리 이만 보내자"
"당신도 힘들자나?!"
하는
약간은 감정섞인 답변이 돌아온다.
괜한 하소연을 했구나 하는 후회를 하기 일쑤
그냥 나 혼자 삭히는 것이 낫다는 생각
그렇게 해서 요양원을 보내드리면
결국 나 때문에 보냈다는
누명(?)을 쓰게 될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결코 와이프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국 사위는 백년손님이지
자식은 될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흔아홉번 잘하고
단 한번의 실수를 하고 싶지는 않은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냥 스스로를 다독이고
최선을 다하자
저 모습이 먼훗날 나의 모습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옷을 갈아입히고
씻겨 드린다.
침대에 걸터 앉아
예쁘게 머리를 빗으시는 모습은
영낙없는 아낙네의 모습이다.
바나나를 간식으로 하나 드렸더니
내는 괜찮고
나보고 드시라고 도로 권한다.
에휴!
오늘도
화를 내놓고
그걸 왜 참지를 못했을까 하고
괜한 후회를 해본다.
그렇게
오늘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