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님의 치매일기
치매의 무서운 점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차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부모와의 소중한 기억
남편과의 행복했던 추억
그리고
자식을 키워내면서 겪었던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지우개로 지워 나가듯이
하나씩
하나씩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일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 내가 모시고 있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장모님의 기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때로는 무심하게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기억의 소멸현상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장모님의 기억은 지금 어디까지 내려가 있을까?
함께 지내는 딸의 모습은
여동생의 모습이고
함께 지내는 사위의 모습은
오빠의 모습이다.
그리고
자식들은
눈에 보이질 않으니
날마다 집을 나가 볼일을 본다고 생각을 한다.
저녁이 어둑어둑해지면
자식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불안해하신다.
치매환자들은
이런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엉뚱한 일을 한다고
다그치고 꾸짖는 것이 아니라
머나먼 이전
그때를 아십니까?로
돌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현재로 돌아오질 않는다.
그러니
함께 살아야 한다면
내가
가족이
그 시절로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니
그래서 나는
멀쩡한 사위가
중증치매에 걸린 장모님과
함께 살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도
청결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실수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당신의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노력
이건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장모님에게는 다행이지만
주변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실수를 더 유발하시는 모습에
안타까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데의 역할을 기억하신다.
그런데,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를 잊어버리셨다.
그러니...
아무 버튼이나 눌러대신다...
어느 날은
옷이 흠뻑 젖은 채로 화장실에서 나오신다.
비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끄지 못해
온몸으로 샤워를 하셨다.
"이 물이 와 이리 꺼지지를 않노!"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은 기억하시지만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를 잊어버리신 장모님
바라진 않지만
어느 순간엔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리시는 때가 오겠지
그래도 비데는
치매를 앓고 계신 장모님에게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시는 치매환자에게
변기에만 앉히면
청결과 뒤처리를 확실히 해 주기 때문이다.
경험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누군가 직접 손으로 어르신의 뒤처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변기에 앉으실 때마다
비데로 좌욕을 해 드린다.
아마도
이것을 보고 기억하시기에
아직도 비데의 역할을 알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어르신의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여러 가지 시설이 필요하고
요긴하게 쓰인다.
함께 살기 위하여는
이동식 변기라든지
전동침대 등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고
비데도
중증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에게는
아주 요긴한 설비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에서 경험한 분수...
오늘도 그렇게 장모와 사위의 하루는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