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에게 아직 남아있는 기억들

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by 이순일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차려드리려

주방에 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익숙한 반찬그릇 하나가 보이질 않는다.


여기저기를 뒤지다 씽크대 위 선반을 열어보니

그곳에 익숙한 반찬그릇 하나가 놓여있다.


장모님이 하신 일이다.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를 않고

엉뚱한 곳에 있다는 것

바로

장모님의 손길(?)이

닿았다는 것을 이내 알수있는 일이다.


이런 일은 자주 발생을 한다.


식사를 차려드리면 맛있게 드신다.

그런 후 다 드시고나면

가만히 계시질 않고

드셨던 반찬그릇을 다 치우신다


그리고

어르신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자리

그곳에 갖다 놓으신다.


반찬그릇의 위치는

냉장고 속이 아니라

씽크대 위 선반이었던 것이다.


그곳은

아직 장모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소중한 기억의 일부분인 것이다.


우리가 장모님을 대하며

함께 살아가는 이유

그 중 한가지는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장모님이 하고 싶은대로 하시도록 놔두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은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될 일이다.

화낼 필요도 없다.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


장모님은

그저 아직

세상일을 제대로 모르는

마냥 귀엽기만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일이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잘 모르는

아이의 잘못을 호되게 꾸짖지는 않는것처럼 말이다.

모습만 다를 뿐이란것이

치매 어르신들을 대하는 방식일 뿐이다.


때가 되면 밥을 하기 위해

가스레인지의 버튼을 돌리시는 일


청소하시는 습관

제자리에 갖다 놓으려 하시는 일


용변을 보면

비데의 버튼을 누르시는 일에 이르기까지

아직 장모님에게 남아있는 기억은 많다.


단지 행동이 완전하지 않으실 뿐

그 기억속 일을 하시는데 있어 문제가 되는 건 없다.

위험할때는 따라가서 조용히 바로 잡으면 된다.


그 남아있는

소중한 기억을

깨트려서는 안된다.


하나하나가

장모님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소중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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