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최근의 언론자료를 보면
60대의 치매 발병률이
전체 치매환자의 15%를 넘는다고 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최소 10% 이상이 치매환자라는
기존의 공식통계보다도
더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치매에 걸리는 연령대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주변에서 치매환자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귀한일도 아닌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노인성 질환의 하나인 치매를
일반적인 질병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질병이
주변환경에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혹독하리만큼 크기에
치매라는 질병의
심각성을 잘 인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제 치매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격리를 시킴으로
사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나의 인생이
마지막으로 가야 할 곳이
요양시설이라고 생각을 해본다면
그리 유쾌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장모님은
열심히 문 앞을 서성거리시며
밖으로 나가시려 한다.
입혀드린 옷 위에
당신이 외출복이라 생각하시는 옷을
더 껴입으신 채로
신발장에서
발에 맞는 신발을 아무거나 신으시려 한다.
바지는 손녀의 옷을
윗도리는 딸의 옷을 입으시고
신발은 그저 이쁘다고 생각되는 사위의 운동화에
발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시려 하는 모습이....
갑자기...
저게 나의 모습이거나
마누라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가습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니야...
아직 우리는 나이가 있잖아
우리는 절대 치매는 걸리지 않을 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 들게 되고
갑자기...
우리에게서도 언제든
치매의 증상이 나올 수도 있고
그 시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올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장모님을 통해
미리 학습효과를 경험해서 그럴까?
치매라는 공포는
더 실감 나게 우리 피부에 와닿는다.
과연
장모님의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라면
우리는 어떡해야 할까..
자녀들은 우리를 어떻게 대할까?
우리는 절대 이렇게 하지 않을 거야 라는
큰소리를 칠 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치매에 걸리는 것이
복불복인 냉정하고도
잔인한 현실 속에서
치매에 걸리는 대상은 이제
60세를 넘긴 모든 이들이 대상이 된다.
왜 하필 나야?라는 불평은
이젠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질환이 되어버렸다.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인과응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무겁게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치매에 걸려도
아름다운 황혼을 보낼 수는 없을까?
남아있는 기억을 가지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는 없을까?
천덕꾸러기가 되어
귀찮은 물건과도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자식대에는
치매환자를 대하는 방식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지금 함께 생활을 하시는 장모님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 애쓰게 된다.
저 모습이 나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쩌면
나의 조그만 이런 행동이
머지않은 미래에
날갯짓이 되어
선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치매를 피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완벽하게 치매환자와 공존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치매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관찰자 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방관자 시점이 되어서도 안된다.
결국 그것은
나의 문제가 될 확률이 높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