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 일기
열심히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걸리는 질병 중에 하나가
치매라지만
다른 그 어떤 질병에 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메가톤급 충격을 안겨다 주는
노인성 질환이
바로
치매라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
가족을 포함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를 말살시켜 버린다.
그냥 쓴웃음을 지으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겨 버리기에는
이 질병이
본인에게 끼치는 영향력과
주변 가족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크다.
일반적인 질병들은
아무리 아프고
아무리 불편하다 하더라도
자신의 자존감만은 지킬 수가 있다.
무엇이 부끄럽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잘 알기에
미안함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도 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서로 신뢰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며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삶을 완성해 나갈 수가 있다.
하지만
치매라는 질병은 그렇지가 않다.
부끄러움을 모른다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지를 못한다.
기억이 자꾸만 지워져 가기에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어 간다.
급기야는
대책 없이 지워지는 기억으로 인해
머릿속에는
남아있는 모든 학습능력들이 서로 마구 뒤섞여 버린다.
순서도 맞지 않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행동
어르신의
아름다웠던 모습
열정적이었던 행동
너그러웠던 자태 등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추억들은
현재의 악몽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 간다.
이젠
자신의 옷과 가족의 옷을 구분하지 못해
아무것이나 입고 있는
우스 광스러운 모습을 매일 봐야 하고
볼일을 보신 후에
뒤처리를 제대로 하질 못해
온몸(엉덩이)에 변이 묻어있는 모습을
일상으로 봐야 한다.
집에 대한 기억이
어릴 적 지내던 곳밖에 없어
일어나시면 하루 종일
문을 열고 나가시려 한다.
집에 가야 하나 다시며..
보이는 모든 가족들의 물건은
당신의 것이기에
호주머니에 잔뜩 챙겨 넣게 되고
맘에 드는 물건은
자신만이 안다고 생각하는 장소에 숨겨놓는다.
그 후 가족들은
없어진 물건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기가 일쑤다.
결국
해결책이라고 내어놓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요양원에 보내는 일이다.
이건 사실 해결책은 아니지
그냥 나머지 가족들이 힘들고 괴로워서
보내게 되는 고려장이 아닌가...
물론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인간 취급을 못 받게 되는 질병
그것이 바로 치매라는 것이니
이것은 저주다.
풍요의 극치를 추구한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욕심의
최대의 부작용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65세 이상 노인의 10% 이상이 걸리는
비극적 질환인 치매
누구도 예외는 될 수가 없기에
그저 요행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비통한 일인지..
이것도 삶이니 받아들여야겠지라고
자위를 해보지만
현실은 생각한 거 이상으로 가혹하다.
그 대상이
나를 키워준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부인 또는 남편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는 자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
그저 확률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그들의 아름다웠던
과거의 모습은 없고
거의 좀비에 가까운
살아있으나
행동에 생각이 없는 그들의 모습은
살아있으나 살아있는 것이 아니니
이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항간에는
조금이라도 추억을 남기려면
하루 바삐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는
참으로 우스개스러운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래....
치매는
절대 걸리면 안 된다.
어떤 사유가 되었든
인류 최대의 저주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최고의 대가 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축복받은 삶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치매에 걸리지 않고
멋지게 찍고 싶은 것은
삶의 소박한 꿈이 아니라
이제 또 다른 인간의 욕심이 되어버린 것일까?
모든 것이 다 무너져버린
장모님의 모습이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무렇게나 아이들의 옷을 입고
주머니와 배속에 물건을 잔뜩 넣은 채로
집에 가겠다고 현관문에 서서
문이 안 열린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이
슬프게 보이는 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