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가 쓰는 장모의 치매일기
중증 치매를 겪고 있는 장모님은
크게 두 가지 패턴으로 행동의 변화를 보인다.
그 첫 번째는 하루 종일 주무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고
계속 주무시기만 하신다.
심지어는
혹시 살아는 계시는 건가? 하고
코에 손을 갖다 대보기도 할 정도로
깊게 잠을 청하신다.
이때는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사고를 치실일도 없으니
주변의 가족들이 아주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최소 하루에서 이틀정도까지도
주무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저 잠시 깨워서 소변을 보시도록
도와 드리는 일 외에는
특별히 챙길일이 없으니
이런 날은 치매어르신을 모시는 일이
딱히 불편할 이유가 없다.
그냥 새근새근 잠을 자는
아기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이렇게 충분히 잠을 청하신 후에는
아주 왕성한(?) 활동을 보이시는데
이런 날은 그야말로
치매환자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신다.
오늘이 그러한 날이다.
오늘의 컨셒은 목욕이다.
젊은 날 목욕탕을 운영하셨던 장모님은
거의 목욕을 하루에 한 번 하셨다.
몸이 근지러워 목욕탕에 가셔야 한다며
목욕도구를 챙기기 시작한다.
때밀이 타월이니
칫솔이니
비누 같은 제대로 된 물품도 챙기시지만
말도 안 되는 물건들을 챙기시기도 한다.
치매환자의 특성 중 한 가지는
고집스러움이다.
멈춤이 없다.
주변인의 말을 절대로 듣지를 않는다.
한번 생각이 들면
그것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그러니
설득을 하려 하면 안 된다.
본인이 그만두어야 한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적게는 한 시간 정도에서
반나절이 걸려서야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도
목욕도구를 챙기신 지 두어 시간 여가 지났지만
멈출 줄을 모른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고 애쓰지만
결코 그 행동을 제지하여서는 안된다.
치매환자에게 제지를 통한 스트레스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설득이 되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래거나
다른 더 관심이 가는 것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그만두실 때까지
가만두어야 한다.
집안은 어지러워진 물건으로
엉망이 되어가지만
하시고 싶은 대로 다 하시도록 가만히 둔다.
나중에
한꺼번에 치우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장모님은 자신의 하는 모든 행동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대단한 스트레스를 맡으신다.
희생이라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치매환자의 의지를 꺾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 지켜봐 준다.
위험한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된다.
갓난아기가 아무리 어질러도
부모는 화를 내지 않는다.
우리가 그러하였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이해가 된다면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도 된다.
어린 시절 받았던걸
되돌려 준다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다.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희생하는 일도 아니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대단치 않은
조금은 특별한
삶의 일부일 뿐인 것이다.
내가 그 시절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