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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찰여행을 읽고

절로 절을 찾는 마음

by 나무처럼

올 한 해의 시간은 지구촌 누구나에게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리라.

지난 여름,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며 지친 마음을 걷는 행위로 달랬다.

여름 밤에 흠뻑 흘리는 땀이 조금씩 조금씩 내 마음에 젖어들었다.

집 근처 공원을 오르내리며 맞는 바람이 구원의 손길로 느껴졌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자, 걷는 행위를 좀 더 확장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내 주위의 사찰이 좋겠구나.


모든 것이 혼돈스러운 시절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마침 독서통신 신청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고른 책이 '아름다운 사찰여행'이다.

‘절로 절을 찾게 된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다

'아름다운 사찰여행'은 여행전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약 20년 동안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책이다. 전국의 산사 56곳을 휴식, 수행, 힐링, 인연 등 테마로 나눠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세 곳의 사찰을 방문하였다.

친구 부부와 함께 방문했던 경남 밀양의 만어사는 삼국시대 금관가야의 제1대 수로왕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만어사는 상상했던 것보다는 절의 자태가 소박했다.

통도사의 말사라고 했다. 그러나 만어사애서 내려다 본 풍경에는 마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떼의 모습처럼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시간의 자태가 어려 있었다.

이 곳에 서린 기운을 몸에 새겨 이 시간을 지내보리라.


만어사에 이어 표충사에 들렀다.

신라 태종무열왕 원년인 654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는데, 창건 당시엔 죽림사였다고 한다. 지금도 표충사를 둘러싼 대나무숲이 무성하였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구나.

대자연의 의연함을 내 맘에도 아로새기리라.


내가 믿는 종교에서 11월은 죽은 이의 영혼을 생각하고 위로하는 달이다.

아, 아버지 제사도 11월에 들어있구나.

유독 올 제사 때엔 아버지의 고향을 찾고 싶었다.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지금 어떤 이야기를 내게 하실까.

제사를 드리고 찾은 사찰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 위치한 고운사.

신라 신문왕 원년(서기 681년)에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원래 高雲寺였다가 신라말 불교와 유교ㆍ도교에 모두 통달하여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이 사찰 내 가운루와 우화루를 건축한 이후 그의 호인 孤雲을 빌어서 孤雲寺로 바뀌게 되었다 한다.

고운사는 민가로부터 3km 정도 떨어져 위치해서인지 유독 맑은 기운이 전해졌다.


코끝을 스치는 맑은 기운에 마음이 편안하구나.

내 아버지도 저리 편안히 계시겠지.

잘 계시지요?

보고 싶습니다.

내 아버지 고향에 흐르는 시간의 향기를 언제나 기억하리라.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한치 앞을 알 수 없고, 우리의 일상도 매한가지 혼란스럽다.

어디에 마음을 두어야 할까.

매사에 예민하고 불안한 이 때, 자신을 되돌아보고 공간을 찾아가는 여행으로서의

사찰기행을 주위에 권하고 싶다.

그곳엔 어려운 상황을 유연하고 담담하게 넘길 수 있는 지혜가 있지 않을까.


(2020.11.3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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