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9일 토요일 을사년 기묘월 정유일 음력 3월 1일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과 체력은 그렇지 못하다. 하고 싶은 게 없던 시절의 나에게 조금만 나눠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린 결국 현재의 시간과 체력을 어떻게든 잘 활용해야 할 뿐이다.
적당히 늘어진 채 굴러다니며 보내는 시간이나 어떻게 해야지 싶다가도, 요즘은 그냥 나 자신을 그러도록 그냥 놔두는 편이다. 시간을 강박적으로 관리하려고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게 늘어진 채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았다. 회복을 위한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제야 약간의 정신적 여유가 생긴 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좀 더 쉬고 싶은 날에는 미적거려 본다.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만 남기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하루에 하나씩 짧은 글을 쓰고 하루에 하나씩 간단한 그림을 그리자고 하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날들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다. 설령 그것이 나의 나태에 대한 합리화일지라도,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주장해 본다.
기술교육원 수업을 듣고 집에 오면 집으로 바로 오지 않은 날에 비해 더 늘어지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쌓여 온 피로가 있던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누울 자리가 있어서 드러눕는 것뿐일지도 모르지. 집에 와서 공부를 하려고 했던 많은 날들에 공부 비스꾸레한 것도 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들곤 한다. 하지만 뭐, 알고 있던 것 아닌가. 대학에 다닐 때는 나 자신이 집에서 공부를 할 리가 없다며 노트북을 집에 가져가지도 않고 동아리방 사물함에 두고 다니기도 했다.
되도 않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나아가야지. 집에서 무언가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애쓰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서 답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내 데스크톱에 디자인 툴을 원활히 돌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수업을 마치고 한두 시간 복습을 하고 오는 것도 어느 정도는 그런 맥락이다. 요즘은 저녁에도 청년공간이나 아지트 같은 데서 개인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가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처럼 집에서는 씻고 자는 것만 하고 말이다.